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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컨셉 2배 키운 자신감으로…IMM, 한샘도 디지털혁신

강두순,박창영 기자
강두순,박창영 기자
입력 : 
2022-02-02 17:15:16
수정 : 
2022-02-24 17: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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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에 인수한 W컨셉
고가매입 논란 있었지만
앱 편의성 키우고 물류체계화
인수 4년만에 2.7배에 매각
한샘·하나투어도 디지털전환

15년만에 운용자산 7조5천억
지주사 체제로 사업확장 채비
◆ 레이더M / 대한민국 PEF 열전 ③ IMM PE ◆

사진설명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2017년 W컨셉을 인수했을 때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고가 매입 논란이 일었다.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온라인 여성복 편집숍을 기업가치(EV) 1000억원에 사들이는 것이 무리한 투자라는 평가였다. 여성복과 같이 특정 제품에 특화해서 판매하는 '버티컬 쇼핑몰'보다는 다양한 상품군을 두루 취급하는 '종합 쇼핑몰'에 투자하는 게 소비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IMM PE는 백화점, 쇼핑몰 등 오프라인 마켓에서 명품 또는 초저가 상품으로 양분화하는 트렌드가 가속화하면서 두 시장 사이에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온라인으로 흡수될 것을 내다봤다. 다만 IMM PE는 W컨셉이 물류, 정보기술(IT) 등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백엔드(Back-End)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먼저 고도화되지 않았던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한 전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혁신하기로 했다. 당시 앱의 편리성이 떨어져 신규 고객의 재방문율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기존 모회사였던 ISE커머스로부터 IT 시스템을 독립하고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아울러 영업, 판매, 마케팅 팀과 IT 개발자 사이의 의사소통 효율화를 위해 CPO(최고제품책임자)를 영입했다. W컨셉을 담당했던 IMM PE 관계자는 "개발 직군과 비개발 직군 사이에 서로의 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둘의 언어를 통역해줄 수 있는 CPO 영입을 통해 실무진의 요구가 IT 체계에 빠르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IT와 물류가 체계화된 이후에는 쇼핑 플랫폼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키 어카운트 매니지먼트(KAM) 팀을 신설해 주요 디자이너 브랜드를 직접 관리하고, 업체들이 플랫폼에 남아 있을 인센티브를 줬다. 이는 상위권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는 것이 온라인 여성 의류 편집숍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W컨셉의 경우 당시 입점해 있던 6000개 상당의 브랜드 중 상위 20개 브랜드에서 매출 20%가 발생할 정도였다.

IMM PE 관계자는 "최상위권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은 W컨셉에서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며 "우수 고객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들에게 신상품 의견을 주고, 디자이너의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그들이 옷 1000장을 만들면 500장을 선매입해주는 식으로 동기를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런 인센티브가 없으면 브랜드들은 자기 필요에 따라 플랫폼을 계속 옮겨 다닌다"며 "최상위권 브랜드들엔 경쟁 플랫폼들의 입점 러브콜이 쏟아짐에도 W컨셉에 지속적으로 잡아둘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916억원이던 거래액(GMV)은 매각 직전인 2020년 2340억원까지 증가했다. 2021년 신세계 SSG닷컴은 이 GMV에 1.1배를 곱한 2650억원 가치로 W컨셉을 인수했다. IMM PE는 남들이 안된다던 기업에 투자해 내부수익률(IRR) 28%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다.

IMM PE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으로 가치를 제고하려는 대표 포트폴리오는 한샘이다. 최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한샘은 국내 1위 인테리어·가구 업체지만 아직 온라인에선 영역이 뚜렷하지 않은 실정이다. IMM PE는 한샘이 오프라인에서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온라인에 그대로 이식할 계획이다. 6만건의 시공 사례를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면, 고객이 어디서든 아파트·동·호수만 입력함으로써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과 예산 범위 안에서 리모델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 시스템 개선을 위해 CDTO(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도 영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하나투어에도 CDTO 영입을 추진하고, 디지털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는 펫프렌즈에 대해선 데이터를 보다 가치 있게 활용할 전략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IMM PE는 2006년 송인준 대표가 창업한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운용자산(AUM)은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투자 기업 전체(금융 기업 제외) 자산은 8조6000억원, 고용 인원은 약 1만2000명이다. 최근엔 지주사 체제를 도입하며 크레디트·사모대출·인수금융·부동산·인프라스트럭처 등 다분야로 확장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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