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돈부터 드림"…액셀러들이 주목하는 SAFE·KISS투자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Medium

지난해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목표로 결성된 소규모 펀드가 늘어나면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등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방식에도 관심이 모인다. 업계는 SAFE 외에도 KISS 등 다양한 투자방식이 테크(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초기 자금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300억원을 출자하는 '기술기업 첫걸음펀드' 운용사로 스파크랩과 킹슬리벤처스 등 2개 액셀러레이터를 선정했다. 해당 펀드는 결성액의 60% 이상을 투자유치 이력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 SAFE투자 방식으로 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SAFE? KISS?…공통점은 "기업가치 산정은 나중에"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산정하기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금을 먼저 제공하고 후속 투자유치 때 기업가치를 산정해 지분을 결정하는 방식의 투자다.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가 2013년 고안한 투자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벤촉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SAFE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자금을 초기에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지분을 희석당할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절차·협상비용을 최소화하고 선제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지분계산 시 기업가치를 10~30%를 할인해서 산정하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투자금에 대한 이자나 상환의무가 없어 후속투자가 늦어지는 경우 등에는 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KISS(Keep It Simple Security) 투자는 SAFE에 2000년대 중반부터 활용돼온 채권현 조건부지분인수계약(CN·Convrtible Note)의 장치를 결합한 투자방식이다. 또다른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스가 2014년 도입해 일본에서 J-KISS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SAFE와 달리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먼저 KISS는 투자 시점에 기업가치를 확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SAFE와 동일하다. 그러나 투자금에 대한 이자나 상환의무, 주식으로 전환해야하는 만기일 등의 장치를 더해 투자자의 원금회수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벤처투자업계는 "KISS투자가 모험적 요소가 강한 SAFE보다 균형이 잡혀있는 방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창업가 입장에서는 SAFE에 비하면 제약조건이 많다. 투자금 역시 전환사채처럼 기업의 부채로 분류된다.


"SAFE든 KISS든…불필요한 절차·비용 생략, 최고의 장점"스타트업 업계와 벤처투자업계는 "SAFE와 KISS 모두 불필요한 절차·비용의 생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들의 투자 과정에서는 기업가치 산정, 투자계약서 검토, 변호사 고용 등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된다"며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 이러한 절차·비용을 생략하고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같은 투자방식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300억원을 출자해 SAFE투자 전용 벤처투자조합인 '기술기업 첫걸음펀드'의 운용사 선정을 완료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첫걸음펀드로 SAFE 표준계약방식이 정착하고 SAFE투자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액셀러레이터 등이 결성한 100억 미만 소규모 펀드가 172개로 전년대비 2.6배 넘게 결성되면서 실탄도 확보된 상황이다.

권오형 퓨처플레이 파트너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SAFE방식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초기 투자자들이 충분한 장점을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SAFE투자의 장점이 크고 초기투자 펀드 결성도 늘어난 만큼 앞으로는 빠르게 SAFE투자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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