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재정정책상 금리 튈 수밖에 없어…환율은 폭력적 상승 없을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차별 살포되던 유동성이 드디어 축소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이전과 다르게 다소 과격한 만큼 각국 금융당국은 올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조정받을 수 있겠지만 올해도 대체자산에 더 주목해야 한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폭력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도윤 노란우산 자금운용본부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요국 정책당국이 잇달아 매파로 돌아서는 현상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이도윤 본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제대로 회수되지도 못한 채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한번 막대한 규모로 쏟아지면서 결국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구조"라며 "자산 가격 급등으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긴축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한편 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돈풀기를 예고하고 있다"며 "돈을 풀려면 적자 국채를 또 찍어야 하고 그러면 시중금리는 튈 수밖에 없어 어느 모로 보나 금리 상승은 예견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화정책 이상으로 중요한 게 현재 재정정책이고 채권 공급이 늘어나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으니 전통 자산 시장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과 채권이 조정을 받을 수 있으니 대체시장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도윤 본부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0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뒤 채권 운용 분야의 전문가로 업력을 쌓아왔으며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을 맡았다. 2013~2015년에는 삼성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본부장을 지낸 뒤 2016년부터는 경찰공제회의 금융투자이사(CIO)를 4년간 맡았다. 2018년에는 역대 경찰공제회 CIO 중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노란우산에는 지난해 6월부터 부임했다.









다음은 이도윤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해 금융시장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그 전망에 가장 큰 변수가 될 만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지.

- 코로나19 이후 무차별적으로 살포되었던 유동성이 드디어 축소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과 다른 다소 과격한 인플레가 나타나면서 정책당국은 성장 유지 보다는 물가 잡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보다 커지고 채권금리는 예상보다 크게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미국의 고용시장에서 임금상승률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8% 오른 와중에 시간당 급여는 4.8%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이러면 임금-물가 상승 순환구조에 들어가게 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더 높은 물가는 더욱 빠른 긴축을 유발해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코로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공급망 충격이 하반기 즈음에는 완화될 것'이라든지 혹은 '유가도 곧 안정될 것이다'와 같은,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 올해는 변동성이 커지고 공제회가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들린다. 노란우산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어떤 전략을 취할 계획인지.

- 기본적으로 노란우산은 5년 단위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다. 향후 5년간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채권을 축소하며 주식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전략은 그대로 갈 것이다.

다만 올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주식과 채권 간의 전통적 상관관계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물가가 높아지면 채권금리는 오르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약세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할 때, 수익 원천이 되는 것은 대체자산이 될 것이다.

노란우산은 올해 대체자산을 전년 대비 5%포인트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개별 상품의 투자 위험이 높은 프로젝트성 투자의 비중은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고 블라인드 펀드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우량 투자 건으로 판단되는 경우, 과감하게 티켓 사이즈를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노란우산의 대체투자 규모는 4조4천674억원,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25.8%에 이른다. 채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중장기자산배분계획에 따라 노란우산의 대체투자 비중은 오는 2025년이면 33.3%까지 확대되고 채권 비중은 48.5%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 지난해 채권시장이 역대급으로 출렁거리는 모습이었다. 예상보다 빠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채권시장이 흔들렸는데 올해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 올해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에 연동돼 적자 국채 물량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긴축 속도를 올리고 있어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전년도만큼 클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투자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국내 채권시장은 선제적으로 긴축에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충분히 '선반영'된 느낌이다. 그런 만큼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은 국내 시장에선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상반기 중 금리 상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채권에 대해선 공제의 목적에 따라 장기 투자를 기본 철학으로 하고 있으며 금리 상승 시마다 꾸준히 투자하고 듀레이션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3회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르면 3월 기준금리가 처음 인상될 것으로 시장은 보는데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연준의 조치에 따라 한국은행이 어떻게 반응할지, 국내 채권시장은 어떤 반응이 예상되는지.

-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가 강하고 새로 표결권을 갖게 된 위원들이 매파적 성향임을 감안하면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3월에 금리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향후 발표되는 물가지표가 컨센서스를 상회할 경우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다만, 국내 금리의 경우 지난해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25bp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연준의 긴축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연내 금리 상단에 대한 부분은 국내 추경 이슈와 경제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25bp 인상했다.)

▲ 해외채권 시장은 어떻게 보는지. 연준의 긴축으로 채권금리 상승 전망이 많은데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대비책은 별도로 마련됐는지.

- 인플레이션 영향이 뚜렷해지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 상승은 시기의 문제로 이미 예견한 부분이기에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전략을 중심으로 투자 집행 시기를 조정해 대응할 계획이다.

실무적으로도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전년도 해외채권 투자분을 일부 올해로 이연시킨 상태다.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절대수익형 전략의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또 경기 회복기에 성과가 기대되는 유망 섹터를 발굴해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 달러-원 환율이 1천200원선을 상향 돌파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강화하면 달러화 강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올해 환율은 어느 정도 범위로 전망하는지. 환율 상승이 노란우산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까.

- 연준 긴축 등의 영향으로 환율은 1천200원 중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파르게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 초 코로나 펜데믹 당시에도 1천300원을 넘어서지 못했고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같은 안전장치가 도입된 만큼 환율의 '폭력적 상승'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노란우산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해외주식에 대해 환오픈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은 환 노출하는 것이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원화는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올해 환오픈 포지션이 주식 성과의 하락을 상당 부분 방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자산은 일정 범위 내에서 환 헤지를 해두는 전략을 유지한다.

▲ 대체투자 비중과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현재 관심 있게 보거나 비중을 확대하려는 대체투자 분야와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현재 대체투자 분야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과 기회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올해 실물, 기업, 멀티에셋을 포함하는 대체투자 분야에서 1조9천억원 가량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산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외 우수 운용사의 투자 역량을 믿고 블라인드펀드 투자 등을 확대할 예정이다. 개별 프로젝트 투자와 비교하면 기대수익률이 낮겠지만 블라인드펀드 형식에 힘을 싣는 것은 수익률보다는 위험관리가 중요한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섹터별로 보면, 4차 산업과 같은 산업 생태계 변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고 판단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소매, 호텔, 여행 등의 섹터가 침체하고 물류센터, 테이터·통신 센터 등의 분야가 주목을 받았던 것이 좋은 예다.

위험요인은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해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해외 자산을 실사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고 투자기회가 그만큼 줄어든 것 또한 사실이다. 그만큼 살 만한 매물이 줄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국이 긴축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결국 긴축을 감내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섹터를 선별하는 역량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란우산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은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며 변곡점을 찾기보다는 장기 전망과 계획을 통해 주어진 환경과 상품 중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시장을 지속해서 관찰·대응 중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 대체자산의 하부 섹터별 전략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개략적으로 알려달라.

- 대체자산 하부 섹터는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펀드(PE) 및 벤처캐피털(VC), 사모대출(PDF) 및 인수금융 등 4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부동산은 국내외 양호한 입지의 우량자산에 대해 밸류애드(Value-add) 개발 전략에 집중할 것이다. 또 우수한 실적과 오랜 업력을 보유한 메자닌(중위험·중수익) 대출 블라인드 펀드 및 프로젝트 펀드도 발굴해 투자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수년간 자산 가치가 오른 코어(Core) 자산보다 밸류애드 자산에 투자 기회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부문은 국내외 디지털 인프라, 신재생 에너지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인프라 자산과 장기 계약이 체결돼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전략의 블라인드 펀드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인프라 자산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기능도 있다. 4차산업 관련 생태계 등을 고려해 우량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PE와 VC 부문은 노란우산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출자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속 성장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는 VC 성격을 감안할 때 VC 대비 PE 비중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미 출자한 블라인드 PE/VC를 통해 공동투자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다만 밸류에이션은 부담이다. PE·VC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딜소싱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금리마저 오르면서 주로 VC가 투자하는 성장산업이 특히 밸류 부담이 크다.

PD와 인수금융은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과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해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선진국 및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PDF와 인수금융에 지속해서 출자할 것이다. 공제금 지급을 지속해서 해야 하는 노란우산의 제도적 특징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가 좋아 보인다.

▲ 작년에 특히 성과가 좋았던 투자건 소개 부탁드린다.

- 2017년 4월에 지분 투자한 폴란드 소재 물류센터를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매각 완료했다. 전체 지분 투자금액 439억원 중 노란우산 투자액은 217억원. 최종 순 내부수익률(Net IRR)은 9.8%를 달성했다.

미국 PE펀드로 투자한 기업에서 좋은 수익을 낸 사례도 있다. 해당 펀드에서 투자한 미국 기초 화장품 기업 파머시뷰티(Pharmacy Beauty LLC)에 대해 공동투자 제안이 있었고 검토 결과 긍정적이라고 판단돼 프로젝트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지난 2020년 12월에 200억원을 투자해 21년 12월 말에 매각 완료했고 올해 1월 총 320억원을 회수해 순 내부수익률이 54.8%에 달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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