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토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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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실리콘밸리만의 독특한 문화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페이 잇 포워드와 비슷한 문화가 관찰되고 있다.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들이 후배 창업가 육성을 위해 직접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하거나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 

이는 비슷한 업종에서 투자 기업은 유니콘까지 성장했던 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고 초기 스타트업은 이를 통해 노하우를 배우는 등 양 기업이 서로 '윈윈'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스타트업 경진 대회', 'VC 자회사 설립' 등 스타트업이 스타트업 키운다

유니콘 기업이 된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는 최근 스타트업 경진 대회 '파운드(FOUND)'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국내외 유망한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했다고 토스 측은 밝혔다. 

이달 23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는 토스는 이달 말 서류 심사를 통해 본선 진출팀을 선정하고, 오는 3~4월 본선을 치러 최종 우승팀 세 곳을 선정한다. 대회 종료 이후에는 토스 측에서 선발된 최종 우승팀에 1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금을 비롯한 코칭 및 파트너십 등을 지원해준다. 

토스는 "창업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하는 과정과 이들의 치열한 경쟁과정을 흥미있게 전달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와  '브리즈인베스트먼트' 로고. /사진=테크M 편집국
'스마트스터디벤처스'와 '브리즈인베스트먼트' 로고. /사진=테크M 편집국

이밖에 '직방'과 패션 플랫폼 '무신사' 등도 VC를 자회사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먼저 직방은 지난 2019년 전문 VC 자회사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프롭테크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프롭테크 전문 투자 기관으로 직방과 같은 프롭테크 산업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무신사는 지난 2018년 패션 브랜드 및 스타트업 전문 투자 기업 무신사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무신사는 국내 패션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전문 벤처 투자 캐피탈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중소 브랜드 및 스타트업 대상으로 460억 원 규모로 50여 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앞으로도 국내 패션 업계 전반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 역할에 집중하며 브랜드 액셀러레이터로서 지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상어 가족'과 '핑크퐁' 콘텐츠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도 지난 2019년 VC 자회사인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했다. 투자 자산 규모는 400억원 수준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 제작 기업을 키우기 위해 소매를 걷고 나섰다. 현재 투자한 기업으로는 아이돌봄 앱 '째깍악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 '라이드플럭스'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계속되는 벤처 열풍...선배 스타트업 "제2유니콘 키우자"

선배 유니콘 기업들이 이처럼 후배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소매를 걷고 나선 주된 이유는 '기업 발굴'과 '동반성장' 등이 꼽힌다. 보통 스타트업 창업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데는 평균 8~10년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받는 과정도 험난하다. 이에 선배 스타트업들은 이미 유니콘으로 성장한 본인의 경험을 통해 전문 투자사로서 관련 산업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갈 수 있는 후배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확장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

또 최근 일어나는 벤처 열풍과 함께 정부의 벤처 육성책으로 대규모 자금이 스타트업계로 몰려들면서 투자 규모가 커진 것도 이같은 트렌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발간한 '2021년 VC트렌드리포트'에서는 "최근 VC 시장은 정책자금 및 투자재원 규모 확대와 스타트업으로의 유능한 인재들의 유입과 질적 성장, 회수시장 활성화로 인한 빠른 엑시트 기회들이 있다"며 "올해도 스타트업 열풍현상의 지속화, VC에 대한 정부의 드라이브 지속성, 경쟁력있는 기업들의 증가로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한 VC 전문가는 "투자 기업의 역량 평가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가 성장 가능성과 산업에 대한 경험인데, 초기 투자 단계일수록 이를 중요 역량으로 보는 견해가 높다"며 "유니콘 기업들은 이미 산업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제2의 유니콘 기업을 찾고자 하는 선배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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