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벤처업계 "제2의 벤처 붐 열기 지속 하려면 제도적 지원 필요"
여당 의원들·경실련 "비상장 벤처기업 육성과 무관 법안 폐기해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딜라이트 장덕수 기자]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도입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검토와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벤처업계 간 찬반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핵심으로 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으며 10일 법사위 안건으로 상정됐다. 

벤처기업법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며 이후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통과 여부를 최종 결정짓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벌어민주당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오기형(서울 도봉구을 ) 이용우(경기 고양시정) 의원은 이날 "복수의결권제도 도입에 적극 반대하며 국회 법사위에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상법에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충분히 있다"며 "이미 상법개정으로 다양한 종류의 주식이 발행 가능하여 유한회사, 상환전환우선주 등 의결권 제한 주식, 무액면 주식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영권 방어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벌 세습 악용에 대한 안전장치와 관련, 이들은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상장기업에 적용하기 어려워 결국 일몰조항이 삭제되거나 아니면 상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무용론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비상장 벤처기업 육성과도 무관한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 법안 반드시 폐기하라"고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성명에서 "복수의결권주식 허용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상법 상 ‘1주 1의결권’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법사위 의원들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 상법이 가진 ‘1주 1의결권’ 원칙을 허무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또 다른 상법상 원칙을 훼손함과 동시에 회사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나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진정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벤처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한다면 복수의결권 주식이 아닌 벤처기업들이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개혁 방안부터 들고 나와야 한다"며 "법사위가 반드시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이 법안이 더 이상 상정되지 않도록 폐기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벤처업계는 조속한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상정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벤처 관련 4개 단체는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혁신 벤처·스타트업계의 간곡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복수의결권의 조속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재벌·대기업의 경영권 편법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벤처기업협회는 “악용되지 않도록 복수의결권주식이 상속, 양도되거나 창업주가 이사직에서 사임할 경우 자동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된다”며 "무엇보다도 상법의 특례로 벤처기업법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이 같은 우려를 이미 충분히 감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벤처기업협회

협회는 특히 “총 주식의 4분의 3 이상 찬성을 요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를 통해 정관변경 등을 거쳐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창업주 마음대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사의 보수, 회사에 대한 책임의 감면, 감사 및 감사위원의 선임·해임, 자본금 감소의 결의, 이익의 배당, 해산의 결의, 복수의결권주식의 변경사항과 관련한 정관의 변경 등 소액주주와 채권자 보호,  대주주 견제를 위한 주요 의결사항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을 제한하고 1주당 1의결권만 인정한다”며 “복수의결권은 경영활동 관련 정관의 변경 시에만 행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벤처기업의 90%, 벤처캐피탈의 77%가 복수의결권 주식이 투자 촉진에 도움이 된다는 현장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88%가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을 희망하고 벤처캐피탈도 6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인들중 응답자 56%가 벤처기업 투자 발생 시 지분 희석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투자유치 규모 축소 경험 43%, 투자유치 포기 경험 7%, 대응방법이 없다 39%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국내 정책이 혁신을 따라가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의 제2벤처붐 열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벤처창업의 역동성을 높여나갈 제도혁신이 필수적”이라며 복수의결권 도입 등의 가속화를 요구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창업벤처 생태계에 모태펀드 1조원을 출자해 2조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복수의결권 도입 등 제도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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