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벤처기업이 혁신 경제의 미래다
혁신적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시작한 창업은 경제에 활력을 부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전 세계 국가가 창업 촉진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이번 정부에선 혁신 창업국가 건설을 위해 특단의 예산을 지원했다. 그 결과 2016년 5000억원이던 창업지원사업 예산이 2019년 1조1000억원, 2021년 1조5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스타트업 수도 크게 늘었다.

스타트업은 돈에 살고 돈에 죽는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은 매우 유용하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태기금(펀드)이 증가했고 전체 투자펀드가 2018년 4조80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작년에는 역대 최대 벤처펀드 결성 금액인 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초기 단계 이후 지속 성장을 위한 노력과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필자도 교수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2012년 창업했으나 일시적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기술 개발이 중단됐다. 순차적인 일정은 지연됐으며 제품을 출시하고 스케일업해야 할 시기인 2016년 ‘죽음의 계곡’에 이르게 됐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돈맥경화’를 겪으며 기술의 꽃을 피워야 할 시기에 자금 확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때다. 다행스럽게도 2018년 정부가 출연한 펀드 지원은 죽음의 계곡에 내던져진 상황에서 기회를 줬다. 현재는 자금 조달에 대한 큰 걱정 없이 기술 개발과 매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작년 대비 직원 수와 수출 실적은 두 배가 됐다.

벤처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이 급증했고 이와 더불어 회수금액 또한 꾸준히 늘어나면서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과연 투자자들의 회수 실적과 창업기업 수 증가만이 정책 성공의 지표일까. 그렇지 않다.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한 목표가 필요하다.

창업 생태계에서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투자금을 2년 내 회수해 빠르게 ‘출구 전략(exit)’을 설정한다. 혹여 10년 기다려 100배의 가치가 되고, 30년 기다려 1000배가 되는 유망한 기술이 있다고 한들, 그런 일들은 남들이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는 장기투자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아 혁신 기술이 숙성될 기회가 없다.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 기술 개발 또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지만 투자자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서부터 창업기업의 최종 목표는 투자자들의 사업 목표와 동일하게 바뀐다. 벤처기업은 투자자가 원하는 회사 가치 극대화에만 매진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키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벤처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인 제품 생산 및 판매로 매출을 올리는 것은 뒷전에 두고 있다.

스타트업이 높은 기업 가치를 받게 되면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해 출구전략을 실행하면 그뿐이지만 벤처기업은 목표를 잃는다. 실제 기업의 생존 이유는 생산과 매출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인데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기업은 상장 폐지와 같이 실패의 나락으로 들어서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로 돌아온다.

스타트업의 진정한 성공은 매출이 증가해 이익을 내고 고용을 창출해 선도적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생산, 매출, 이익, 고용 등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혁신 창업국가는 하루아침에 실현되지 않는다. ‘도전해도 괜찮아.’ 이 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창업 정책과 기본에 충실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