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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매경포럼] 혁신 창업 새판 깔기

장박원 기자
입력 : 
2022-01-04 00:07:01
수정 : 
2022-01-04 00: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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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도
벤처 투자 열기 후끈
스톡옵션·복수의결권
규제샌드박스 확대해
혁신창업 환경 조성을
사진설명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는 상황에서도 혁신 창업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 시장조사업체 피치북데이터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액이 약 110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의 2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6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국내에서도 벤처 열풍이 거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던 2020년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은 207조원에 육박했다. 종사자는 82만명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합친 것보다 12만명가량 많았다. 업체당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0%나 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이어 '제2의 벤처붐'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혁신 창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배경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는 데다 플랫폼 중심으로 전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 10년 안팎의 짧은 기간에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은 대부분 플랫폼에서 출발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야놀자, 직방, 당근마켓 등 국내 유니콘 기업도 서비스 내용만 다를 뿐 비즈니스 모델은 유사하다. 플랫폼으로 급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벤처 투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뿐 아니라 대형 금융업체와 사모펀드도 '될성부른'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는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였던 2020년보다 2조원이나 증가한 액수다. 여기에 외국에서 유치한 자금까지 합치면 투자 규모는 10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독창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아이디어가 참신하면 어렵지 않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처럼 올해도 혁신 창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정책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벤처 투자 예산 10조원 확대, 연간 30만개의 기술 창업, 유니콘 기업 100개 시대, 벤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인수·합병(M&A) 관련 규제 완화 등 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스타트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고 모태펀드 규모를 2배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이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희망 사항'인 내용도 있고 기존 규제 때문에 시행이 어려운 것도 있다. 선거가 끝나면 관심에서 멀어져 방치될 수도 있다. 벤처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복수의결권' 도입만 해도 오랜 기간 논의됐지만 결국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와 업계는 벤처기업의 경영 안정성과 창업자의 혁신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길은 혁신 창업을 활성화해 삼성과 현대차를 이을 글로벌 스타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모든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만큼 정책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업 정책에서 벤처는 후순위로 밀려 있었는데 이제는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적용 범위를 넓히고 복수의결권과 스톡옵션 등 혁신 창업을 위한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 타다, 우버, 로톡, 원격의료처럼 기존 업계의 반대로 혁신 기술이 막히는 사태가 없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시급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혁신 창업의 새로운 판을 깔아 'K안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이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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