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ESG 특화 스타트업' 투자 급증

2022-01-04 13:00:00 게재

ESG 통합 전략 활용 확산, 투자자 ESG 경영 요구 커져

최근 자본시장에서 ESG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작년에는 벤처캐피탈 시장에서도 ESG에 특화된 스타트업(신생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VC시장에서는 ESG 도입 촉진을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 출현 및 ESG 통합 전략 활용 등의 움직임도 확산됐다. 최근 들어 LP(펀드출자자)들의 ESG 경영 요구가 기업 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후기술 신생기업 투자 확대 = 4일 자본시장연구원과 VC 분석기관 딜룸(Dealroom)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기후기술 신생기업에 대한 글로벌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이 323억달러(약 37조원)를 기록했다. 2020년 전체 투자금액인 210억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2016년 66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5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 57%, 유럽 28%, 아시아 14% 순으로, 유럽의 투자금액은 2016년 11억달러에서 2021년 3분기 80억달러로 7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일례로 작년 10월 구글의 검색 라이벌 기업인 독일의 에코시아(Ecosia)는 기후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3억5000만유로(약 4700억원) 규모의 벤처 캐피탈(VC)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자들의 '차세대'에 투자하고, 재무적 수익률뿐만 아니라 '기후 수익률'에 대해서도 성과를 측정한다고 밝혔다.

ESG에 특화된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이 최근 빠르게 확대되는 이유는 출자자(LP)들의 ESG 경영 요구가 기업 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증가함에 따라 벤처캐피탈이 ESG 관련 신생기업(start-ups)의 성장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퀸(Preqin)은 "2021년 글로벌 LP 대상 설문조사에서 ESG 투자기구(vehicle)로서 PE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을 통해 투자할 것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62%를 기록하며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수익률에 대한 LP들의 인식이 2020년까지는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작년에 ESG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며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이니셔티브 출현 = 해외에서는 벤처캐피탈의 ESG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출현하고 협회차원의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작년 9월 UN 책임투자원칙(PRI)은 벤처캐피탈의 UN PRI 서명과 ESG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VentureESG와 협업을 시작했다. 향후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전문지식과 리소스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ESG_VC는 영국, 미국 및 유럽 전역에 걸쳐 100개 이상의 벤처캐피탈 및 LP로 구성된 이니셔티브로, 중소기업에게 ESG 성과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및 ESG 경영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 ESG 프레임워크는 벤처캐피탈이 초기단계부터 성장단계 기업까지 ESG 목표에 관한 48개 측정지표를 통해 점수화할 수 있도록 설계, 연간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ESG 목표달성을 위한 교육 및 모범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벤처캐피탈협회(BVCA)는 네트워크 구축 및 다양한 툴킷 제공 등을 통해 벤처캐피탈의ESG 채택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넷제로(net zero) 관련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공통 방법론과 모범사례를 공유한다.

최근에는 해외 주요국 벤처캐피탈에서 ESG 요소를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내재화한 체계인 ESG 통합 전략을 취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ESG 통합은 투자대상 선별을 위한 ESG 심사 및 실사부터 투자 집행 이후 ESG 모니터링을 통한 위험 및 성과 추적, ESG 보고서 발간 등 투자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ESG 요소를 반영한 체계로서 기업의 가치제고에 중점을 둔 투자전략이다.

한편 국내의 경우엔 전체 벤처캐피탈의 약 5% 정도만이 임팩트펀드 투자 형태로 ESG를 반영하고 있으며 투자 접근법에 ESG를 도입한 벤처캐피탈의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부터 투자 의사결정 단계에서 ESG를 반영하는 벤처캐피탈이 일부 등장하기는 했지만 신생·중소기업에 대한 ESG 관련 데이터 부족으로 ESG 투자의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요구된다"며 "벤처캐피탈의 ESG 생태계 및 인프라 조성을 위해서는 해외 사례와 같이 벤처캐피탈의 참여와 동시에 협회, 비영리단체, 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벤처캐피탈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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