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에도 수조원을 호가하는 대어가 즐비한 만큼 올해 이상으로 M&A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환경과 관련된 기업들의 몸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 예상된다.
최대 8조원 몸값…내년에도 M&A 시장은 ‘활활’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내년 상반기 마감을 목표로 조 단위 규모를 넘어서는 M&A가 여러 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한앤컴퍼니가 매각을 추진 중인 자동차 부품 업체 한온시스템의 몸값은 최대 8조원으로 점쳐진다. 한온시스템은 일본 전산(니덱)으로의 매각설이 제기됐지만, 한앤컴퍼니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중인 현대LNG해운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등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를 비롯해 중견기업인 KG그룹도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만 최대 2조원에 달한다.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 또한 몸값이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IMM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EMK는 폐기물 전문 처리업체로, 2017년 JP모건으로부터 39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IMM인베스트먼트는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 투자설명서를 돌린 가운데 조만간 매각 작업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수천억원의 몸값으로 평가받는 매물들이 속속 대기 중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대경오앤티의 시장 가치는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경오앤티는 폐식용유, 도축 부산물, 식물성 기름으로 기존 화석 디젤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업체다. 매물로 나온 KG ETS의 폐기물 사업부도 매각가가 최소 5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내년 M&A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
현재 몸값이 높게 책정된 매물들의 공통점은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세계 각국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 오염을 막는 친환경 정책을 강도 높게 펼치고 있다. 당장 석탄 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내연 기관 차량 이용도 점차 금지함에 따라 환경 관련 기업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한온시스템의 경우 최근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공장을 설립하며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달 26일 경주에서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열관리 시스템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이곳에선 전기차 배터리 및 실내 공조 열효율을 높여 주행거리 개선하는 히트펌프 시스템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LNG해운의 몸값이 높게 평가받는 까닭도 세계적인 탈탄소 추세로 LNG 수요가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에 따르면, 지난해 3억6000만t(톤) 수준을 기록했던 LNG 거래량은 오는 2040년 7억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LNG해운은 지난해 기준 국내 LNG 수입량 4000만t 가운데 13%인 523만t을 책임진 업계 수위권 사업자인만큼 몸값이 높게 책정됐단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는 임팩트 펀드(수익 및 환경·사회적 성과도 함께 달성하는 목적으로 조성된 펀드) 등을 이용한 환경 관련 기업 투자가 일반화된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ESG 경영 관점에서 비교적 성과를 구체화할 수 있는 곳이 환경 측면이다 보니 친환경 원자재, 공정, 후처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고 관련 기업의 몸값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