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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문화콘텐츠 VC [thebell note]

이광호 기자공개 2021-12-28 14:59:37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7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옥'까지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시리즈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정주행하지 않더라도 기사나 유튜브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넷플릭스 콘텐츠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느새 한국이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 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OTT도 잇달아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증가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개봉한 영화를 OTT가 품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자금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다 보니 기존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의 입지가 좁아졌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OTT와 손을 맞잡는 분위기다. 올해 OTT에서 동시에 개봉하거나 아예 OTT에서만 공개하는 작품들이 꽤 많았던 이유다.

OTT의 힘이 커지면서 문화 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VC)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앵커 유한책임출자자(LP)인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자금을 중심으로 여러 제작·배급사에서 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해왔지만 점차 돈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 굳이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영화를 제작하고 흥행시킬 수 있는 환경이다.

문화 콘텐츠 분야 투자금액은 2019년 3703억원에서 2020년 2902억원, 올해 2451억원으로 계속 줄고 있다. 매년 투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친데 이어 OTT라는 강적까지 만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화 산업의 큰손 역할을 하는 든든한 후원자였지만 갈수록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투자금도 부족하고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 직면한 문화 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이 가야 할 길을 마땅치 않다. 비목적 투자가 가능한 펀드의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비목적 투자처를 발굴해도 팔로우온(후속투자)이 어려워 일회성 투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여러모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복잡한 계약서에 사인해가며 벤처캐피탈 돈을 받느니 그냥 OTT에 들어가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간 OTT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흥행 성적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애초 낮은 운용 수익률과 부진한 출자 수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영화산업에 베팅 해온 심사역들의 DNA가 사라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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