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홍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 "벤처·혁신기업의 해외자본 유치 '브리지' 역할에 집중하겠다"
“민간 자본은 회수시장 부재로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큽니다. 한국성장금융은 벤처·혁신기업이 스케일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연결해주는 ‘브리지’ 역할을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성기홍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사진)는 한국성장금융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성장금융은 기업 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모(母)펀드를 기획·운용·관리하며 특히 스타트업 등에 투자되는 벤처캐피털(VC)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민간 자산운용사다.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정책 자금 일부로 조성한 모펀드를 기반으로 VC 등 민간운용사와 함께 자(子)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댄다. 지난달 기준 총 19개 모펀드에 6조4422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34%가 순수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VC 등에 투입됐다. 모펀드 자금이 보태진 자펀드까지 합하면 26조2000억원의 자금이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19개 모펀드 대부분이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 등에 투자되지만, 성장금융의 가장 대표적인 펀드는 성장사다리펀드다. 1조8500억원의 자금이 조성된 이 펀드는 창업부터 성장, 회수, 재도전의 기업들에 투입되고 있다. 핀테크혁신펀드(1800억원) 뉴딜산업스케일업펀드(5100억원) 소재부품장비혁신펀드(4400억원) 성장금융KSM펀드(크라우드펀딩 지원·30억원) 등의 모펀드 자금도 스타트업에 투자된다.

성장금융은 이를 통해 금융·산업계 등 민간자금을 결집해 정책과 민간의 다양한 투자 수요를 해소하는 모험자본시장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한국벤처투자의 경우 창업초기 중소·벤처기업에 소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산업은행의 정책펀드는 중견·대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설비투자 등 대규모 자금에 집중한다”면서 “이들 펀드는 국회 승인이 필요한 예산을 써 연중 발생하는 정책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반면 성장금융은 공공과 민간 자금을 함께 조달하기 때문에 출자 방식이 유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장금융의 펀드는 기술금융·사회투자·GIFT·기업구조혁신·프런트1·핀테크혁신·하나뉴딜국가대표 펀드들은 은행권, 스타트업윈윈·반도체성장·포스코신성장·현대차그룹미래차성장 펀드들은 산업계와 공동 출자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은 실적이 개선되고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성장금융의 성장사다리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투자 후 4년 뒤 평균 매출이 투자 전보다 44.1%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23%에서 87%로 낮아졌다.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성장사다리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기업들은 창업부문 9794명, 성장부문 9779명 등의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창업부문의 고용 증가율은 69%에 이른다.

성 대표는 “성장금융은 앞으로 자금규모가 적거나 전문지식이 부족한 민간 재원이 스타트업에 들어올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글로벌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