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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예술 꽃 피우게 할 ‘투자 마중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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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13 05:43:43   폰트크기 변경      
[김선영의 Arts & Money] 열매컴퍼니와 테사

김선영 교수


공연과 미술 등 기초예술은 이제껏 투자의 대상에서 늘 ‘열외’였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터라 수익은 고사하고 손해볼게 불보듯 뻔한 탓이다. 설령 요행히 수익이 난다해도 기대수익률은 영화 등 타 분야에 비해 턱없이 낮다. 매출 통계나 재무현황을 명료하게 공개하는 예술단체가 극히 드문 것도 투자자로 하여금 선뜻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빌미가 된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정부가 나서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란 걸 만들어 티켓판매와 관객현황을 집계하는 이유 중 하나도 공연예술 시장의 이러한 재무 불투명성을 해소해 보고자 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투자시장에서의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직접적인 투자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개별 펀드(투자조합)에 출자하는 모태펀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모태펀드는 민간에서 헤지(hedge)펀드를 위해 사모펀드 형식으로 조성되는 미국 등 서구와 달리 정부가 출자하여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형태로 변형되어 운영 중이다.

국내 모태펀드에서 기초예술과 연관성이 높은 분야는 물론 문화 계정이다. 두 번째로 높은 출자비율을 보일 정도로 모태펀드 내에서 비중이 높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영화에, 나머지의 대부분은 대중공연, 게임, 방송,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산업에 투자된다. 영화에 투자가 집중되는 건 물론 투자의 안정성과 투자금의 높은 단기 회수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연이나 전시 등 기초예술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에서도 기초예술분야는 소외된다. 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 같은 곳에서 크라우드펀딩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후원형이 대부분이다. 대출형이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후원형도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여러 사람의 마음을 십시일반으로 모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형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투자 황무지에도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초예술 분야에도 투자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는 열매컴퍼니와 테사는 각각 시리즈A와 프리시리즈A 단계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유치 금액은 열매컴퍼니가 92억원, 테사가 12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가상 전시공간 플랫폼인 ‘믐’은 110억원 이상의 시드 투자금을 확보했다. 믐은 메타버스에서 온라인 3차원 전시장을 운영하면서 20~40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작가 회원 300여명, 회원 1000여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국내 미술작가의 80%를 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조금 결이 다르지만 콘텐츠 분야 전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도 생겨났다. 국내 최초의 K콘텐츠 전문 투자 플랫폼을 표방하는 펀더블에서는 영화, 뮤지컬, 드라마, 전시 등에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영화 등 콘텐츠산업에 치중되어 있지만 전시나 기초공연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을 예측해 보는 것도 무리만은 아니다.

기초예술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사례가 하나둘씩 만들어지는 걸 보면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다. 정부 차원에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정부자금을 매칭하거나 모태펀드에 작은 비율이라도 기초예술 분야 투자를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초예술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때 정말 필요한 게 정부의 마중물이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ㆍ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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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택 기자
ktlee@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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