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2022년도 예산 역대 최대 19조원 확정···벤처·스타트업 지원엔 2조6000억원
업계 “이번에도 초기 스타트업 지원에 집중···업계 요구 반영 안 돼 아쉽다”
중기부 “예비유니콘 선정사 확대 등 스케일업 지원 강화한 것···모태펀드 삭감은 유감”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인 19조원 규모로 확정했지만, 소상공인 손실보장에 집중되면서 벤처·스타트업 예산은 2조원대 편성에 그쳤다. 여기에 창업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해 또다시 성장기 기업들의 ‘스케일업’ 지원은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8일 중기부에 따르면 내년 중기부 예산은 올해 본예산(16조8천억) 대비 13% 늘어난 19조원으로 편성됐다. 이번 예산은 소상공인 지원과 더불어 글로벌 혁신 벤처·스타트업 육성, 지역 중소기업 육성 등 크게 3개 부문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었다. 손실보상 예산은 4000억원 늘었고, 저금리 자금 공급을 위한 정책자금 예산 1조1904억원이 추가로 포함됐다.

반면 글로벌 혁신 벤처·스타트업 육성 부문에는 올해 예산(3조9000억)보다 적은 2조6000억원이 편성됐다. 중기부 전체 예산은 늘었지만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예산 규모 자체는 준 것이다. 정부의 제2벤처붐 확산 기조와는 다소 상반되는 내용이다. 특히 그간 스타트업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돼온 성장 단계의 기업을 위한 스케일업 지원은 이번에도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2022년도 예산 / 자료=중기부
중소벤처기업부 2022년도 예산. / 자료=중기부

◇ 업계 “이번에도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실질적인 스케일업 지원 부족해”···중기부 “최대한 반영한 것”

업계에선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커진 반면, 규모를 키우려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최근 이재명,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간담회에서도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해외 투자 매칭 등 금융지원 정책을 제안했다.

이번에 편성된 스케일업 지원은 민관 협력을 통한 창업자 육성과 해외진출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아기유니콘200 육성’ 사업의 대상 기업을 기존 60개사에서 100개사로 늘려 시장개척 등 성장 지원을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 다만 전주기 지원은 아니어서 규모 확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평가다.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은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규모는 역시 작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가 예비유니콘으로 인정했다고 하면, 해외 벤처투자자(VC)들에 각인되는 데 이점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무조건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한 일차원적 지원이 아니라 해외 개발자와 연계해주는 정책 등 직접적인 매칭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초기 창업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지원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비롯해 청년창업, 창업초기 등 분야도 다양했다. 유망 기업을 발굴해 일정 기간 동안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는 팁스 프로그램 지원도 포함됐다. 정부의 매칭 투자로 사업화, 글로벌 진출 등 전주기에 걸쳐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팁스’는 빠졌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만큼 중기부가 소상공인 지원에 초집중한 것 같다”며 “그간 제안했던 게 반영이 잘 안 된 것은 아쉽지만, 규제 완화 같은 제도적인 부분이나 내년 추경을 통해 보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스타트업 육성 지원에 대한 예산액이 준 것을 인정하면서도 성장기 기업에 대한 지원은 최대한 반영했다는 의견이다. 중기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스케일업’이라고 명명한 지원 분야 외에도 아기유니콘 사업 등 스케일업 지원책은 반영된 예산”이라며 “아직 추경 언급은 이르지만, 제도적 방안을 동원해 성장기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중기부 모태펀드도 ‘반토막’···국회 예결위에서 2000억 삭감해 5200억 확정

한편, 업계는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모태펀드 감액을 꼽았다.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모태펀드 예산은 당초 예산안보다 2000억원 줄어 5200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1조원에 육박했던 모태펀드 예산은 결국 내년 예산에서 반토막이 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미투자금액이 7조원 안팎에 이른다는 추산을 근거로 감액 의견을 냈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그대로 결정하면서다. 스타트업 업계는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국회의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태펀드는 쓰고 없어지는 여타 예산과 달리 기업을 육성해 다시 회수되고 재투자되는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권칠승 중기부 장관도 지난달 불만을 표했다. 권 장관은 “국회는 현재 펀드가 구성되고 있는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며 “모태펀드가 민간 자본을 이끌어내 스타트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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