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알짜 기업' 선점한 벤처캐피털, 투자 회수 성과 '1조2000억' 역대 최대

알비더블유·마인즈랩·바이옵트로 등
상장기업 70곳 중 43곳 VC 투자 받아
증권사·자산운용사, 지분 매입 확대
비상상기업 관심 높아...차익 실현 늘어

[스페셜리포트] '알짜 기업' 선점한 벤처캐피털, 투자 회수 성과 '1조2000억' 역대 최대

올해 벤처캐피털(VC)의 투자 회수 성과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뿐만 아니라 구주 매각을 통한 중간회수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8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증시에 상장한 70개 기업 가운데 43개사가 VC로부터 투자를 받아 IPO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회수 금액은 1조2001억원으로 IPO를 통해 3587억원, 매각을 통해 6344억원을 회수했다. 10월~12월 한 분기를 남긴 상황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회수액 1조6450억원의 약 72%에 달했다.

◇4분기도 IPO 기업 줄이어...VC 회수 성과 기대

4분기 들어 코스닥 상장 기업 수가 크게 증가한 만큼 올해 전체 회수 성적은 더욱 좋을 것이라는 게 벤처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3분기 이후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22개 기업 가운데 마인즈랩, 알비더블유, 바이옵트로,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 등 다수가 VC로부터 초기부터 투자를 받아 증시에 입성했다.

K팝 콘텐츠 제작사인 알비더블유는 올해 4분기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높은 경쟁에 힘입어 희망가 최상단인 2만1400원으로 공모를 마쳤다. 전체 유통 주식 물량의 25%를 공모시장에 배정했다. 총 공모금액은 268억원 수준이다.

높은 공모가에도 불구하고 공모 배정 물량이 다소 적은 것은 벤처투자자가 주식을 이미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다.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다수의 벤처펀드를 통해 알비더블유 주식 약 10.24%를, KTB네트워크가 약 5.2%를 보유하고 있다. SL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산은캐피탈 등 이달 중이나 연초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마인즈랩도 다수의 벤처캐피털(VC)이 회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BSK-테크스타 3호 조합, NAVER-BSK 청년창업 5호 투자조합, 충북창조경제혁신펀드, IBK-NH스몰자이언트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이 벤처캐피털이 약 20% 이상을 보유했다. 공모가 기준으로 약 400억원에 이르는 회수 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바이옵트로 역시 VC의 기대가 크다. KB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 등이 증권신고서 제출 기준으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모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와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한 물량의 비중은 12.28%에 불과하다. 상당 수 유통 물량이 벤처캐피털이 보유한 펀드에서 나올 예정이다. 코넥스 시장을 거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마친 만큼 이익 실현을 대기했던 VC들이 빠른 회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초기부터 바이옵트로에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이번 상장으로 약 14억원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진공은 4분기 상장한 엔켐 주식 매각으로 공단 역대 최고의 회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세컨더리 시장'도 열렸다...중간회수는 이미 역대 최대 달성

회수 성과가 이어지는 것은 IPO뿐만이 아니다. 상장 직전(프리IPO) 투자도 빠른 증가 추세다.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VC가 투자한 지분을 사들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중도 매각을 통한 회수는 63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각 회수 금액인 610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중도 회수를 위한 전문 펀드도 연이어 결성되고 있다. IBKC-위창업 초기세컨더리 1호펀드, 스톤브릿지-신한 유니콘세컨더리 투자조합, 넥스트지-세컨더리 투자조합, 케이앤 세컨더리5호 투자조합, 티케 4차산업 프리IPO 세컨더리 투자조합, 블리츠세컨더리투자조합 제1호 등 4분기 들어서만 세컨더리 펀드가 연이어 결성을 마쳤다. 세컨더리펀드는 벤처캐피털이나 최대주주가 보유한 구주 물량을 전문으로 사들이는 펀드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특정 기업의 구주 인수를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 세컨더리 펀드 결성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중간회수 시장이 살아난 주된 이유로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이 꼽힌다. 일반투자자의 비상장 주식 거래를 위한 전용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주주간 손바뀜도 더욱 활발해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 시장인 K-OTC 뿐만 아니라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 비상장레이더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들 비상장 거래소가 취급하는 종목만도 약 6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증권시장이 역대 최대 IPO 성과를 기록한 것 역시 중간회수 활성화를 위해 호재다. 코스닥 시장과 달리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상장 직전 단계에서 빠르게 손바뀜이 이뤄진다. 실제 올해 초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크래프톤의 경우 상장 직전 몸값이 주당 50만~60만원선에서 160만원대로 급등하기도 했다. 대다수 물량을 사모펀드와 증권사 등이 사들이며 초기 투자자들은 상장 이전부터 회수 성과를 거뒀다.

네이버, 카카오 등 기술기업발 인수합병(M&A) 역시 VC의 중간 회수 성과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기업의 경우 통상 유망 기술의 내재화를 위해 지분 전량 인수를 선호한다. 자연스레 초기부터 유망 기업을 발굴한 VC와 액셀러레이터 역시 최대주주와 함께 회수 차익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증권사 PB센터부터 일반투자자까지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면서 “코스닥 시장을 통한 회수가 늘어난 다는 것은 성장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동시에 새로운 기업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많은 기업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