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만에 탄생한 ‘새로운 금융 산업’…세계 최초 P2P 관련 금융법, 소비자 보호 대폭 강화

[비즈니스 포커스]
 '新 금융' 온투업, 2022년 도약 준비 완료... ‘1.5금융’ 날개 펼까
제도권 금융에 새롭게 편입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온투업)계가 ‘1.5금융’을 표방하며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하는 대안 금융 서비스를 일컫는 말로, 기존에는 P2P(개인 간) 금융으로 불렸다. 2020년 8월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이 시행되면서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는 제도권 내 새로운 금융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시행 후 1년간의 등록 유예 기간을 거쳐 올 6월 한국의 첫 온투업 등록 업체가 발표된 후 현재까지 36개 업체가 ‘온투업 기업’으로 정식 등록을 마쳤다. 제도권 금융으로 새롭게 첫걸음을 뗀 만큼 2022년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 중이다.

‘1.5 금융’의 탄생, 세계 최초 P2P 금융법

온투업은 한국 금융권에서는 2002년 대부업 이후 약 20년 만에 새롭게 탄생한 금융업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P2P 금융이 ‘온투법’을 통해 정식 금융 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온투법’은 한국의 금융권은 물론 핀테크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을 기본으로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 규제만으로는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온투법은 말하자면 이와 같은 핀테크 분야 중에서도 한국 최초로 ‘온투법’이라는 새로운 금융 산업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더욱 건전한 ‘신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대출과 투자를 연결하는 핀테크 서비스를 말하는 P2P 금융은 2005년 영국 P2P 금융 업체인 ‘조파(ZOPA)’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렌딩클럽(Lending club)과 소파이(SoFi) 등 대표적인 미국의 핀테크 업체들이 덩치를 키우며 대표적인 핀테크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한국에서는 2014년 한국 1호 P2P 업체인 8퍼센트를 시작으로 렌딧·테라펀딩·어니스트펀드 등의 P2P 업체들이 시장을 키웠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소액 투자 대안 상품’으로 주목받았던 P2P 금융업은 부동산 담보 대출 상품의 연체 문제 등 위험성이 부각되며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P2P업계 내부에서부터 새로운 금융 산업으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2019년 11월 마침내 ‘온투법’이 제정됐다. 온투법은 특히 P2P 금융과 관련해 단독법이 마련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최초의 P2P 업체가 탄생한 영국과 세계 최대의 P2P 금융 시장 규모를 갖추고 있는 미국 등에서도 관련법의 법규 명령을 개정해 P2P 산업을 규제하고 있다. 온투법은 P2P 금융이라는 새로운 금융 산업과 관련해 단독법을 제정한 첫 사례인 셈이다.
P2P금융산업이 '온투법'으로 국내 제도권 금융에 편입 이후 2022년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 중이다. / 사진=한국경제신문
P2P금융산업이 '온투법'으로 국내 제도권 금융에 편입 이후 2022년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 중이다. / 사진=한국경제신문
온투법에는 ‘신상 금융 산업’인 온투업의 정의와 온투업 등록 요건, 영업 행위 규칙, 서비스 전반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법에 따른 감독·검사·처벌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 무엇보다 제도권 금융으로서 ‘소비자 보호’를 크게 강화했다는 점이 기존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당장 금융위원회에 온투업 등록 신청서를 내고 심사를 거쳐 등록 허가를 받은 업체들 만이 한국에서 P2P 금융사를 운영할 수 있다. 한국의 P2P 금융 업체들 가운데서도 자연스레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현재까지 금융 당국의 높은 허들을 넘어 온투업자로 정식 등록을 마친 업체는 36곳에 불과하다. 투자자 보호 등에서 그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만 온투업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온투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P2P 업체가 영업을 지속하면 형사 처분을 받는다. 지난 8월 ‘법 시행 이후 1년’간의 유예 기간마저 끝난 상황에서 한국 1위 P2P 업체인 테라펀딩 등이 여전히 온투업 등록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 당국에 등록된 업체라고 해도 여전히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 P2P 금융 산업은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어 연체율 상승 등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만의 하나 부동산 경기 하락이 본격화되면 그간 고수익을 안겨 줬던 투자에서 다수의 회수 지연과 손실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현재 한국 P2P 금융 산업 가운데 부동산 대출 비율이 60~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투업 대표주자들, 2022년 본격 도약 기대감

지난 6월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한국 1호 온투업자’로 정식 등록을 마친 대표적인 업체들은 렌딧·8퍼센트·피플펀드 등이다.

한국의 P2P 업체 중 유일하게 ‘개인 신용 채권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렌딧은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의 김성준 대표가 2015년 창업했다. 오랜 해외 생활로 인해 신용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한 국내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뒤 ‘대출 절벽’을 실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렌딧의 비즈니스 모델은 ‘1.5금융’을 표방하는 온투업과 딱 맞아떨어진다. 대출 소비자에겐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고 온라인 기반의 신용 평가 모형을 통해 투자자에겐 적은 리스크의 대출 채권을 공급하다. 실제로 창업 이후 렌딧에서 진행한 개인 대출 신청만 해도 80만 건에 다다른다. 특히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해진 최근 들어 ‘1.5금융’으로서 온투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신용 대출’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렌딧은 향후 중금리 개인 신용 대출에 집중해 최저 4.5%, 평균 10% 초반대의 중금리 대출 전문 금융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렌딧은 특히 매우 정교화된 신용 평가 모델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대출 신청자마다 300여 가지의 신용 정보와 금융 기록 등을 분석해 심사하는 개인 신용 평가 시스템(CSS)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바 있다. 여기에 사기 정보 공유 데이터와 직장 정보, 상환 정보는 물론 통신 정보, 부동산 정보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심사해 기존의 신용 정보만으로는 판단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가려낸다.
온투업 등록 국내 1호 기업이 된 렌딧 본사. / 사진=한국경제신문
온투업 등록 국내 1호 기업이 된 렌딧 본사. /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의 1호 P2P 업체로 잘 알려진 8퍼센트는 은행원 출신인 이효진 대표가 2014년 11월 설립했다. 비금융정보 신용 평가 데이터 구축을 통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중금리 개인 신용 대출과 소상공인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 정보가 부족해 기존 금융회사가 평가하지 못하는 중신용 고객군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1.5금융’으로 일컬어지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해 왔다. 8퍼센트는 온투업 등록을 기점으로 비금융과 금융 데이터를 융합해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중금리 대출과 대체 투자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노동자와 긱워커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 공급 등을 확대하며 1금융과 2금융의 사다리 역할을 맡겠다는 계획이다.

2015년 피플펀드를 창업한 김대윤 대표는 맥쿼리증권과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IT 스타트업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금융과 IT를 모두 경험한 핀테크 전문가인 셈이다. 피플펀드 역시 창업 이후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신용 대출과 주택 담보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 특화 평가 모형을 통해 이자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포용 금융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5년간 4등급 이하의 고객 신용 재평가를 위해 중금리 특화 시스템을 고도화한 결과 8조원 규모에 이르는 41만 명의 중신용층의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1일 글로벌 금융회사인 베인캐피털과 CLSA캐피털파트너스 산하의 렌딩아크 사모사채펀드 등에서 759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월 제도권 온투업 등록 행렬에 합류한 투게더펀딩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P2P 금융업계 아파트 담보 대출 분야 1위 업체인 투게더펀딩은 대출자의 아파트를 담보로 투자자를 모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로 대출 받을 수밖에 없는 대출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금리보다 싸게, 투자자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를 이자로 받을 수 있다. 한국 P2P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의 출사표를 던지며 주목받고 있다.

나이스그룹의 P2P 금융 계열사인 나이스abc도 지난 7월 온투업 등록을 마치고 제도권 금융회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나이스abc는 중소기업의 신속한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2019년 8월 출범한 기업 상생 금융 플랫폼이다. 한국 최대 기업 신용 정보 기관인 나이스그룹의 종합 금융 인프라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업 신용 분석 전문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핀테크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매출 채권 유동화 상품에 주력해 자금 융통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