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 10조원 돌파 가시화
내달부터 CVC 시행···“벤처투자 금액·규모 더 늘어날 것”
바이오·헬스케어·ICT서비스 벤처 위주로 투자금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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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역대급 활황을 맞이한 모양새다.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2 벤처 붐’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기반으로 벤처 창업과 투자 열기가 더해진 가운데, 대기업들마저 신성장동력으로 벤처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벤처투자가 벤처캐피털(VC)의 벤처투자 시장인식과 전망을 분석해 발간한 ‘VC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의 40% 이상이 내년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리포트는 지난 7월에 총 15일간 진행됐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401명의 VC가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2022년 벤처투자 시장은 응답자의 41%가 긍정적으로, 36.4%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부한 자금 유동성, 회수시장 활성화로 인한 빠른 엑시트(Exit) 기회, 스타트업 기업들의 질적 성장 등이 주요 평가 기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VC의 최근 1년간의 투자는 바이오, 헬스케어, ICT서비스 업종에 집중됐으며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메타버스,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기업 위주로 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파악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도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0월까지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이 약 9조4033억원에 육박하면서 연말까지 10조원을 무난하게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투자 기관들이 집행한 규모(9조815억원)와 비교하면 지난달 기준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통계는 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외국인 등 투자 주체와 관계없이 수요자인 기업이 국내외에서 투자 유치한 내역(10억원 미만의 소규모 투자나 비공개 투자 등은 제외)을 집계한 결과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투자가 연말에 쏠리는 경향이 있어, 올 4분기에도 투자 유치 금액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략 투자나 비공개 투자, 소액 투자 등 집계에 빠지는 것까지 합산하면 올해 스타트업계의 투자 유치 금액은 10조원을 무난하게 상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가 폭넓게 조성되면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대거 쏟아지자,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은 15개로 늘어났다. 올해 벤처 투자가 급증한 것은 정부 지원정책과 창업이 늘면서 시장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내달부터 일반 지주 회사에게 벤처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시행되면서 벤처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모태펀드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 바 있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최근 대기업에서도 벤처기업으로의 투자 금액을 늘리거나, 사내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성장에 한계가 있는 기존 사업 이외의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 우수 인재가 많이 유입되고 있고, 창업도 활성화되면서 벤처 투자처가 늘어나자 벤처캐피탈과 대기업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며 “벤처기업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투자 관심이 늘면서 자금이 더욱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내년부터 지주회사의 CVC 설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벤처투자 금액과 규모는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중소기업벤처부는 벤처 업종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법안 발의 등 지속적인 지원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2019년 대비 지난해와 올해 모태펀드 출자 금액을 각각 1조원으로 확대하면서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민간 벤처투자 시장에서 펀드 결성이 늘어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모태펀드 출자가 예정돼 있고, 벤처투자법에서 규제 개선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 있다”며 “민간에서 주도하는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경이 유입되면서 지난 2019년보다 지난해와 올해 모태펀드 출자 금액을 늘리게 됐다”며 “민간투자도 늘면서 펀드 조성이 더 많아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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