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신기술사업금융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벤처캐피탈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신기술사업금융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증시로 가는 사모펀드·창투사… 줄이은 상장 추진 '바람'
②PEF 최초 코스피 입성하는 스틱, 새 지평 열까
③"몸집 커진 VC"… 금융당국, 증권사 신기술금융 규제 카드 '만지작'

벤처캐피탈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신기술사업금융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를 통한 개인투자자들의 벤처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초 신기술조합에 대한 출자지분 투자를 권유하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신기술사업금융업 허가제 도입과 신기술금융사업자(신기사) 겸영 제한 등 규제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5조 벤처투자 시장 잡아라”… 증권사, 신기술사업금융 진출 줄이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1791개사에 5조2593억원의 투자금액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81.8%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연간 투자금액(4조3045억원)을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벤처투자에 주목하며 잇따라 신기술사업금융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장래성이 있지만 자본과 경영기반이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주와 공동으로 위험을 부담하면서 자금관리, 경영관리, 기술지도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금융활동이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이하 VC)로 알려진 위험부담자본을 운용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신기사에 대한 투자, 융자, 경영 및 기술의 지도,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설립, 신기술사업투자조합자금의 관리·운용 업무를 종합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가 신기사 라이선스를 등록하면 VC 자격으로 투자를 할 수 있으며 직접 자금을 관리·운용할 수 있다. 법률상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속하기 때문에 인·허가제가 아닌 등록제 적용을 받아 진입장벽이 낮았다. 현재 신기술금융사업자는 자본금 요건(100억원)만 갖추면 등록할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위해 금융투자회사에도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허용했다. 2016년 6월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신기술사업금융업을 등록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같은해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도 줄줄이 등록했다. 

2017년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하나금융투자도 합류했다. 키움증권과 BNK투자증권은 2018년에, 한양증권과 SK증권은 2019년에 등록했다. 올들어서는 지난 1월 삼성증권과 흥국증권이 등록한데 이어 지난 8월 교보증권도 등록을 마쳤다.

증권사 통한 개인조합수 2배 급증… 금융당국, 행정지도 나서

증권사들이 신기술금융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벤처투자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기술사업금융의 영업은 통상 투자조합을 설립해 조합원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방식으로 모집방식과 투자대상이 사모펀드와 사실상 동일하다. 

증권사들은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받지 않아도 벤처투자가 가능하지만 라이선스를 취득할 경우 ‘신기술사업투자조합(신기술조합)’을 결성한 뒤 조합원을 모집해 직접 운용할 수 있다. 이 조합은 정부의 정책자금을 출자 받을 수 있고 투자지분의 수익에 대해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창업투자전문회사는 7년 이내 중소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지만 신기술사업금융사는 관련 제한이 없는 것도 매력이다. 

증권사의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겸영 허용 이후 증권사를 통한 개인 조합원 모집이 급증하고 있다. 신기술조합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를 통한 개인 조합원의 약정금액은 2018년말 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말 11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조합수도 같은기간 459개에서 997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사를 통해 모집된 신기술조합의 출자자 중 개인투자자가 75.8%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일반투자자로 2019년 이후 사모펀드 사태 풍선효과로 급증하고 있다. 개인조합원은 2018년말 366명에서 지난 3월말 기준 2521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올들어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급증하면서 신기술조합 투자의 위험성도 부각되고 있다. 신기술조합은 주로 중소벤처기업의 비상장증권 등 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유동성 제약, 원금 손실 등 투자위험이 크다. 하지만 사모 신기술조합에 대한 투자권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는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과 이행 의무가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소비자경보를 발령한데 이어 이달 초 증권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를 마련하라고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증권사는 사모 신기술조합 출자 권유시 금융상품 판매업자로서 금소법상 금융투자상품 판매규제를 준용하고 이에 필요한 내부통제를 마련해야 한다. 행정지도 명령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증권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신기사 겸영 제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금융위는 해당 내용에 대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향후 입법예고를 거쳐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뀌면 신기사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 계획에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다”면서 “그동안 카드회사와 은행 등 금융사들이 적용받던 자본금, 대주주 적격성, 인적·물적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