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계열 사모펀드(PEF)인 유진PE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인수할 전망이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해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금융업계에서는 ‘성장성을 염두에 둔 단순 투자’라는 분석과 ‘유진그룹의 은행업 진출 행보가 아니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의 잔여 지분 인수자로 유진PE와 두나무,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KTB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 등 5~6곳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ST인터내셔널(전 삼탄)도 주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공적자금관리위는 유진PE에 4% 지분과 함께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나머지 투자자들에는 0.8~2.0% 미만 지분을 나눠 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15.13% 중 최대 10%다. 공적자금관리위는 이 같은 결과를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열린 본입찰에는 이들 후보와 하림그룹, 호반건설,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아홉 곳이 참여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로 출범한 우리금융은 20년 만에 민영화를 이루게 된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약 13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우리금융을 회생시켰고, 2013년부터 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해 투입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단독] 유진PE, 우리금융지주 지분 4% 인수한다

하림·한투 제치고…유진PE, 우리금융 주주로
국민연금·우리사주·IMM 이어 4대 주주로 등극…경영 참여

이번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서는 당초 하림그룹과 호반건설,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4% 지분을 가져갈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유진PE가 예상 밖의 공격적 베팅으로 유일한 4% 지분 인수자로 압축됐다.

우리금융이 재무적 투자자(FI)인 유진PE와 손잡으면 완전 민영화가 성사된 뒤 회사의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안정화 등 측면에서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유진PE가 우리금융이 대표적인 금리 인상 수혜주라는 점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우리금융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금융 계열사를 추가로 인수해 성장동력으로 삼을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유진그룹이 유진PE를 앞세워 중장기적으로 은행업 진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진그룹은 2017년 유진PE와 손잡고 유진저축은행(전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 올해 KTB투자증권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유진PE는 실사 과정에서도 FI로서의 강점과 함께 은행업 경영 참여 경험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PE가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하면 국민연금(9.80%),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8.38%), IMM PE(5.57%) 이후 네 번째 주요 주주가 된다.

유진PE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하면서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다시 5인 체제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 사외이사는 6명이었으나 최근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회사 부대표(동양생명 추천)와 잔원위 전 중국푸본은행 부회장(푸본생명 추천)이 물러난 뒤에도 신규 사외이사를 채우지 않고 4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번 인수전에선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신규 주주로 합류한 점도 눈에 띈다. 두나무는 최근 증권 등 금융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지분을 확보해 암호화폐거래소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행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 이창환 대표가 설립한 운용사다. 이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뒤 성사시킨 첫 거래다. KTB자산운용은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해 끝까지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면서 회사 지분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비등한 수준까지 늘리게 됐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예보 지분은 5.13%로 낮아지고,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루게 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