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뉴스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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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주식투자나 장외펀드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는 ‘액티브 ETF’가 투자 물꼬를 트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일평균 거래대금(3조원) 기준 글로벌 3위에 올라섰다.

9월 말 기준 상장종목수 507개(세계 7위), 순자산가치 총액 63.6조원(세계 11위) 규모다.

액티브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가격을 따르는 패시브 ETF와 달리 각 운용사 의지로 종목이 구성된다.

국내 액티브 ETF 총자산은 4조1000억원(10월 말 기준)으로 전체 ETF 시장의 6%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말(2조원) 대비 1년 만에 2배나 몸집을 키웠다.

시장 예측치를 뛰어 넘은 성적표와 메타버스, ESG, 전기차 등 테마주의 힘이다.

부침을 겪고있는 국내 주식 시장 대신 자금이 고수익 상품에 집중되는 배경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30개 이상 액티브 ETF 중 대부분이 △모빌리티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특정주 중심의 테마형 상품이다.

플레이어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 패시브 상품보다 운용수익이 높고 진입장벽이 낮아 부담이 덜하다.

액티브 ETF 운용사는 지난해 5곳(삼성·한국투자신탁·미래에셋·KB·한화)에서 올해 12곳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상장된 38개 액티브 ETF 중 24개 상품이 올해 출시됐다.

신규 플레이어의 액티브 ETF 출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6일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액티브 ETF 4종목이 나란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기도 했다.

업계는 액티브 ETF를 운영하지 않는 운용사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를 0.7 이하로 조정하는 등 운용사 수익보장 방안을 부심하면서 액티브 ETF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투자종목정보(PDF) 지연공개형·불투명 ETF와 함께 상관계수와 상관없는 액티브 ETF도 중장기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도 지난 9일 ‘2021 글로벌 ETP 콘퍼런스’에서 “액티브 ETF 의 성장을 (당국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액티브 ETF 8종은 최근 액티브 ETF 기준 순자산이 업계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앞서 2017년 국내 최초로 채권형 액티브 ETF인 ‘코덱스 종합채권 액티브 ETF’ 상장에 이어 지난해 주식형 액티브 ETF인 ‘코덱스 혁신기술테마 액티브 ETF’를 처음으로 내놓으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주식형 액티브 ETF는 △혁신기술테마 △이노베이션 △미래차 △신재생에너지 △메타버스 등 5종이 모두 주목받는 테마로 구성됐다.

테마에 적합한 종목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액티브 운용으로 개인 순매수를 높인 셈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코덱스 K-메타버스 액티브 ETF는 최근 동시 상장한 메타버스 ETF 4종 중 유일하게 액티브 ETF로 출시해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개인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최근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 등 향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메타버스 시장 역시 액티브 ETF로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사진=한국거래소]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사진=한국거래소]

내년부터 개편되는 지수방법론도 호재다.

기존에 주식 10개 이상, 채권 10개 등 각 자산이 10개 이상 모여야했던 지수의 조건이 증권 10개 통합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에 따르면 가령 ‘삼성전자’ 1주에 채권 9개 혹은 테슬라 1주, 애플 1주에 채권 8개 구성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

다양한 상품이 결합한 빅테마 투자상품의 등장도 가능해진다.

클린 에너지, 클린 인더스트리, 클린 트랜스포트 등 각 상품이 ‘서브테마’ 형태로 모여 ‘클린 이코노미’라는 하나의 테마로 구성되는 셈이다.

한편 액티브 ETF 진입은 시장참여자에게는 기회이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ETF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 정통 펀드 운용사는 신규 진출에 사활을 건다.

다만 기존사업자는 진입장벽을 치고 기존 우월적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다행히 액티브 ETF 경우 후발주자의 높은 진입 장벽에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참전이 가능하다.

금정섭 KB자산운용 이사는 “상담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입하는 전통 펀드가 마트에 장을 보러가는 행위라면, ETF는 해외상품을 직접 직구하는 행위로 비유할 수 있다”며 “펀드보다는 ETF로 투자자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운영방식의 차별화라기보다는 펀드 산업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자체가 나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국내 운용사의 운용능력이 해외 운용사 못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는 해외 상품도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액티브 ETF가) 투명하고 쉽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로서는 헤지펀드나 대체 블록체인 상품을 출시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액티브 ETF가 공모펀드의 영역을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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