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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단독] 이해진, 유럽 벤처에 5400억 투자

진영태,황순민 기자
진영태,황순민 기자
입력 : 
2021-11-17 04:01:01
수정 : 
2021-11-17 06: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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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아캐피털과 손잡고
1차 2700억 이어 2차 투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와 최대 4억유로(약 5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유럽 벤처기업 투자에 나선다.

서울 태생인 펠르랭 대표는 프랑스로 입양된 뒤 현지에서 성공한 엘리트이자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네이버가 2016년 코렐리아캐피털에 2억유로를 출자한 'K-펀드1'은 최근 투자를 완료하고 수익 회수에 나섰다. 코렐리아캐피털은 이번 펀드에 네이버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를 유치해 K펀드 투자연합군을 만들고 있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펠르랭 대표는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를 만났으며 유럽 IT 스타트업과 플랫폼·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에 투자하는 최대 4억유로 규모의 'K-펀드2' 출자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펠르랭 대표가 지난주 한국에서 국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K-펀드2' 출자를 위한 순회 미팅을 진행했다"며 "2억유로의 1차 펀드에 이어 이번에 조성되는 2호 펀드는 3억~4억유로 규모로 준비 중이고, 네이버가 다시 메인 투자자로 나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2016년 코렐리아캐피털과 'K-펀드1'에 본사가 1억5000만유로, 계열사 라인이 5000만유로를 출자해 투자금 전액을 담당한 바 있다. 당시 1호 펀드는 1억유로로 조성한 뒤 이듬해 네이버가 1억유로를 추가해 2억유로로 운용됐다.

네이버, 5년만에 투자금 2배로…유럽서 사업동맹 찾는다

이해진·펠르랭 손잡고 유럽벤처에 2차 투자 쇼핑·메타버스·인공지능 부문
유망 신생기업 발굴·협업 지속
스마트스토어·제페토 영토확장
사진설명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유럽 투자는 쇼핑·메타버스·인공지능(AI) 분야 세계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나 제페토가 아직은 한국과 일본 중심으로 꾸려져 있는데, 유럽의 현지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사업 라인을 확대하면서 동맹군도 확보한다는 취지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렐리아캐피털은 네이버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러브콜로 이미 3억유로(약 4050억원)의 출자금을 확보했고, 추가 자금 유치를 통해 최대 4억유로를 조성해 내년부터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대상은 유럽 내 유망 IT 스타트업으로, 단순 투자를 통한 회수로 이익을 내기보다는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AI·메타버스 기술을 확보한 기업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이해진 GIO는 단순한 벤처캐피털(VC)로서 자금만 투자하기보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네이버의 AI 솔루션 엔진을 투입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에선 그간 스마트스토어가 쌓은 검색 기술, 알고리즘, 광고 분야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왈라팝'과 함께 프랑스의 명품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에 대한 투자도 같은 결의 투자로 해석된다.

예컨대 올해 코렐리아캐피털과 공동 투자한 스페인의 당근마켓인 '왈라팝'의 경영진도 네이버의 AI 검색과 광고 기술에 협업 의사를 나타냈고, 이해진 GIO도 네이버의 기술 경쟁력이 향후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인 소비자거래(B2C)에서 개인 간 거래(C2C)로 진화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 네이버의 AI 솔루션을 넣어 이커머스 AI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스마트스토어가 오픈마켓 형태로 소상공인과 함께했듯 대형 업체에 이어 유럽 소상공인의 상거래 시장에도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카카오 픽코마와 접전을 벌이게 될 웹툰 시장에서는 유럽계 출판기획사에 대한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투자 콘텐츠는 제페토를 필두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투입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세계 시장을 크게 유럽과 아시아로 보고, 유럽은 코렐리아캐피털, 아시아는 미래에셋캐피탈을 IB 파트너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코렐리아캐피털이 왈라팝이나 베스티에르 등을 파트너로 데려온 것처럼, 미래에셋캐피탈은 현지 1위 플랫폼인 모빌리티의 그랩, 싱가포르 리셀 벤처인 캐로셀 등에 선점 투자를 하면서 네이버 솔루션을 유럽과 아시아에 심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플뢰르 펠르랭 대표가 나서 설립한 코렐리아캐피털은 신생 VC임에도 1호 펀드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2억유로로 조성한 'K-펀드1'이 지난 5년 사이 2배로 성장하면서 펀드의 투자 주식 가치는 현재 4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펀드1'은 네이버와 라인이 각각 1억5000만유로와 5000만유로 전액을 출자했지만, 'K-펀드2'는 네이버 외에도 프랑스 현지 투자사와 국내 기관투자자 다수가 출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코렐리아캐피털은 이미 1호 펀드에 대한 회수를 시작했고, 전액 출자자인 네이버에 막대한 투자 수익도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네이버는 투자 수익과 함께 유럽 현지 벤처투자사와 혈맹관계가 되면서 향후 유럽 진출에 보다 많은 동맹군을 얻게 됐다. 당시 1호 펀드는 1억유로로 조성한 뒤 이듬해 네이버가 1억유로를 추가해 2억유로로 운용됐다. 이후 코렐리아캐피털은 네이버의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인수와 올해 스페인의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왈라팝' 지분투자도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번 'K-펀드2'는 네이버가 절반 내외의 금액을 출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유럽과 한국 기관투자자를 유치한다.

펠르랭 대표는 2012년 5월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시절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과 통상국무장관을 거쳐 문화부 장관에 올랐다. 2016년 퇴임 후 벤처투자사인 코렐리아캐피털을 창립하고, 네이버의 투자를 기반으로 유럽 내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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