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새싹 기업 잘 크도록… 스케일업 전문 VC 역할 해낼 것" [인터뷰]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5 16:57

수정 2021.11.18 13:28

민·관 두루 거친 조남훈 케이그라운벤처스 대표
"인삼 농사 닮은 스타트업 투자
회사가 제대로 크는데 평균 5년
글로벌 기업 도약 기다려줘야"
"새싹 기업 잘 크도록… 스케일업 전문 VC 역할 해낼 것" [인터뷰]
"벤처, 스타트업 투자는 인삼 농사와 비슷하다. 초기 단계 회사는 최소 5년은 지나야 투자금 회수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금융이 커져야 건강한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5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조남훈 케이그라운벤처스 대표(사진)는 벤처캐피탈(VC)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이 정리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케이그라운드벤처스는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이다. LLC형 벤처캐피탈은 펀드 결성금액의 1%이상을 직접 출자하는 유한회사 형태의 벤처캐피탈로 펀드매니저의 책임이 높아 주식회사형 VC에 비해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조 대표는 이전에 정부산하 출연연구소의 기술사업화 투자회사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초대 사장을 지내면서 출연연구소의 우수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까지 지원했다.
LB인베스트먼트 책임심사역과 이노폴리스파트너즈 파트너, 대덕인베스트먼트 부사장 등도 거쳤다. 공공과 민간을 두루 경험한 이력에 주로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회사를 초기부터 발굴·지원해 투자 성공률도 높아 업계에선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명성을 쌓고 있다.

그가 케이그라운드벤처스를 설립한 이유는 지식재산권 기반 기술사업화와 글로벌 스케일업 전문 VC의 필요성을 절감해서다.

조 대표는 "글로벌 마켓에서 성공가능한 우수한 기술의 특허 및 마케팅까지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투자를 집행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지원해 기술기업들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VC와 케이그라운드벤처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 전·후 장기적인 로드맵 기준으로 기술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술기업들은 글로벌 기술사업화, 특허전략, 마케팅, 해외 후속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조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케이그라운드벤처스가 유한책임회사형 VC라는 점에서 좀 더 전문성 있고 책임감 높은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주주이자 파트너로서 심사업무를 하기 때문에 주식회사형태의 VC보다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제대로 회사가 성장해서 가치를 가지려면 평균 5년 이상 걸리는데 투자회사 대표 임기가 대부분 그보다 짧으니 어떻게 되겠나. 더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투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VC의 일을 쉽게 인삼농사에 비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긴호흡으로 책임감을 갖고 투자할 때 기술적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이 매출을 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그라운드벤처스는 현재 18개 회사에 총 130억원 가량의 투자를 집행했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헬스케어, 메타버스 등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분야다. 당뇨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측정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 중인 네메시스는 현재 투자 중인 대표적인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다. 가상공간(VR)에서 실감을 높이는 입체 음향을 개발하고 있는 메타버스 오디오 기업 디지소닉도 투자 이후 글로벌전시에서 다수 수상을 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케이그라운드벤처스는 대한민국 스케일업 팁스 펀드 운용사에 선정됐다. 스케일업 팁스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투자형 기술개발 확대방안'의 후속 조처다.
기존 단발적으로 이뤄졌던 투자 대신 운영사를 선정해 꾸준히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선정된 다섯 개 운영사에 케이그라운드벤처스도 이름을 올렸다.


조 대표는 "우리 자본과 기술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신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대학이나 연구소, 산업계에서 연구·개발한 수많은 기술 중 성장성이 큰 것을 잘 발굴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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