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기금들이 해외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힘을 합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출장이 쉽지 않은 데다 해외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미국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인 티시먼 스파이어와 15억달러(약 1조77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 전문 조인트벤처(JV) 펀드를 결성했다. 펀드는 미국 내 저소득층 임대주택인 ‘어포더블 하우징’과 초기 단계의 유망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국민연금은 앞서 지난해 말 미국 자산운용사 하인스와 15억달러 규모의 JV 펀드를 설립했다. 올 들어서는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BC파트너스와 지분 투자를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민연금이 PEF에 지분을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6월엔 세계 최대 부동산 투자사인 알리안츠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10월엔 네덜란드 연기금인 APG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와 함께 3억달러 규모의 해외 헤지펀드 공동투자를 위한 JV를 지난 11일 설립했다. 펀드 설정 규모는 각각 KIC 1억5000만달러, 농협중앙회 1억달러, 수협중앙회 5000만달러 등이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올 들어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과 손잡고 6억달러 규모의 대출 합작회사(JV)를 세웠다.

주요 연기금이 국내외에서 ‘깐부’를 잇따라 맺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연기금의 자산운용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데 비해 국내 시장은 좁기 때문에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첫 번째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등으로 해외 출장이 제한되면서 해외에서 좋은 대체 투자처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세계 각국이 비슷한 상황이어서 해외 좋은 투자 건에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톱티어’ 운용사가 먼저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이번에 JV를 설립한 티시먼 스파이어는 뉴욕에 본사를 둔 미국 부동산 투자사로, 뉴욕 록펠러센터,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영국 런던 밀뱅크 타워 등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톱티어급 부동산 펀드다.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한경 ASK 컨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우수 기관투자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혔고, 박천석 새마을금고중앙회 CIO도 “해외 투자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운용사, 국부펀드, 연기금들과의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