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더 오를 것…뉴욕 오피스빌딩도 주목"
“일본, 대만 등과 비교하면 동아시아에서 한국 증시만 올 들어 여전히 횡보 중입니다. 한국 증시는 스스로 너무 ‘디스카운트(저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는 더 오를 여지가 많습니다.”

김호현 한국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CIO·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국내 증시에 더 투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 41조원의 21.1%인 8조6000억원가량을 주식에 넣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주식은 약 4조8000억원, 해외주식은 약 3조7000억원이다. 김 이사는 “내년엔 국내주식 5조원 중반대, 해외주식은 4조원 중반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그러면서 “정부 등이 나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등 노력이 뒷받침돼야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이 ‘이머징마켓’에서 벗어나면 증시의 업사이드(상승 여력)가 크다”고 강조했다.

교직원공제회는 내년에 국내주식과 함께 대체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교직원공제회의 대체투자 비중은 58% 정도다. 수익률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2.8%로 주식(10.6%)보다 높다. 2016년에 206억원을 투자한 인천 GS 도화물류센터가 3분기 매각돼 내부수익률(IRR)이 21.1%에 이르는 등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김 이사는 “내년엔 2017년 투자한 판교 알파리움 타워의 매각이 예정돼 있어 1000억원 이상 매각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2018년 173억원을 투자한 하이브의 지분이 지난 7월 일부 장내매각되면서 742억원의 수익을 냈다. 하이브의 상장 이후 누적 수익은 920억원이다. 이 같은 성과를 고려해 올해 중단한 벤처캐피털(VC)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도 내년 다시 진행한다. 김 이사는 “1500억원 규모로 진행했던 지난해보다 금액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대체투자 유망 분야로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기업들이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과 자율주행 전기차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및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두고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의 경우 미국, 특히 뉴욕의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해선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면서 점진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교직원공제회는 △사회책임투자형 주식 2630억원 △ESG채권 2200억원 △친환경 대체투자 2660억원 등 총 7490억원 규모로 ESG 투자를 하고 있다.

김 이사는 투자 시 실무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게 ‘보텀업(bottom-up)’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대체투자 분야에선 상부의 지시로 시작되는 ‘톱다운(top-down)’보다 실무진 의견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이런 방식은 운용역들이 자발적으로 좋은 투자 대상을 발굴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투자실무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고 투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실무 직원들의 판단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우/김재후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