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차기정부에 제언한 정책은

"중소기업 위한 정책이 진정한 복지이자 성장 정책"

2021-11-10 11:07:56 게재

중단협 '정책제언' 5대 아젠다 56개 실행과제 담아

양극화·불공정 해소, 생산성향상·재도전 방안 제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6개 협·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 8일 '제20대 대선을 위한 중소기업계 제언'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계가 차기정부에서 꼭 해결해야 할 중소기업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단협은 차기정부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5대 중소기업 아젠다로 △혁신전환 △성장촉진 △인프라 구축 △안전망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정하고 이와 관련한 56개 실행과제를 제시했다.


중단협은 제언문을 통해 "국민들이 행복한 세상은 경제적 안정에서 출발하는 만큼 전체 기업체 수의 99.9%와 고용의 82.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야말로 진정한 복지이자 성장 정책"이라고 밝혔다.

중단협은 '정책제언'을 여야 정책위원회와 대선 후보캠프에 전달하고, 조만간 여야 대선 후보자를 초청해 중소기업 정책 과제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숱한 난관에 막힌 중소기업 미래 = 정책제언에서 중소기업계는 올해 우리나라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인정받게 된 배경에는 668만 중소기업인과 1744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력이 컸다고 적시했다.

지난 20년간 중소기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6.6%로 대기업의 5.9%보다 높다. 최근 5년간 일자리창출도 대기업이 41만개를 만드는 동안 중소기업은 3.4배나 많은 140만개를 만들었다. 1990년대 말, 2010년 초의 두차례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부가가치는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중소기업의 앞날은 숱한 난관에 가로막혀 있다.

중단협은 중소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화요인으로 △양극화 확대 △플랫폼·비대면 확산 △디지털전환 가속화 △ESG·탈탄소 본격화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이러한 뉴노멀(새로운 기준)의 가속화는 중소기업 경영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유행은 중소기업 기초체력마저 떨어뜨렸다.

양극화 심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로나 이후 중소기업 43.8%는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 영업이익 220조원(2019년 기준)에서 0.3% 대기업이 57.3%(123조원)을 가져갔다. 99%의 중소기업은 25%(55조원)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더딘 디지털전환은 미래를 어둡게 한다. 국내 중소기업 디지털전환 수준은 아시아태평양지역 14개국 중 6위에 그쳤다. 대부분 스마트공장(73.5%)은 생산 모니터링이 가능한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심각한 생산성 격차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생산성 격차는 3.3배로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은 7.6배, 매출액은 4.2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울어진 협상력과 플랫폼독점화는 중소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제조업 42.1%가 모기업에 납품하는 원·하청 구조에서 원자재가격이 급등해도 정당한 납품단가를 받지 못한다. 플랫폼기업의 시장독점 양상은 중소기업 혁신과 성장을 저해한다.

◆정부부터 정당한 가격 쳐줘야 = 중단협은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과 현안을 해결할 해법으로 다양한 정책제언을 했다. 구체적인 대안은 56개 실행과제에 담았다. 대부분은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내용들이다. 중소기업계 현안 해결이 더디다는 이야기다.

주52시간제 개선 방안으로 △노사합의 기반 월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확대 △탄력근로제 도입절차 유연화 등을 제시했다.

납품단가 제값받기는 중소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원자재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중소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중단협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요구했다. 계약기간 중 주요 원재료가격 지수가 상승했을 경우 계약종료 시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공공분야도 국가계약법 상 '최저가 원칙' 조항을 폐지해 정부 공공조달시장에서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기업참여를 배제한 채 결정되는 조달시장의 '예정가격 결정방식' 개선도 주문했다.

2050 탄소중립 관련해서는 전통제조업 위주인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한 기업규모별 단계적 시행을 요청했다. 중소기업 ESG정책 지원을 위한 '민관합동컨트롤타워' 설치도 건의했다. 탄소중립 흐름에 개별 중소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컨트롤타워를 통해 효율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단협은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중소기업 문제를 넘어 정부와 사회가 함께 참여해 이뤄내야 할 아젠다"라며 정부-기업-연기금 등 사회인프라가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형 정책모델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생산성향상 특별법' 제정도 제안했다.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낮은 생산성, 특히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한국경제의 화두로 제시했다.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초래된 대기업-중소기업의 이중구조가 경제 전체의 이중구조로 확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문제를 겪은 일본은 2018년 '일하는방식개혁관련법' '생산성향상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국가차원에서 관련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행위 활성화도 필요하다. 협동조합 본질은 협업·공동사업 추진이지만 현재도 자유로운 공동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 2019년 8월에서야 공정거래법상 담합규정 적용배제 근거가 마련됐지만 중기협동조합 공동행위는 담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협동조합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 등 B2B(기업 간 거래)에 대한 공동행위 허용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 필요 = 실패 중소기업인 재기 지원체계 구축도 절실하다. 기업실패는 기업인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기업실패나 재기와 관련된 문제는 복잡한 사안인데도 관련 제도가 주무부처(기관) 또는 기능별로 세분화돼 있다. 특히 통합 조정기구가 없고 이들 제도 간 연계성이 떨어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통합된 재도전 지원체계와 함께 예방기능을 담당할 체계를 함께 마련해 실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중단협은 기업실패 관련 사전 예방, 사후 재도전 체계를 일원화하고 재도전 전담기구 설치, 중소기업 재도전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신성장·신시장 기반 조성 △중소기업 전용 신용평가기관 설립 △한국형 급여보호프로그램(K-PPP) 도입 △소기업소상공인 종합복지지원시스템 구축 등도 주문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차기정부에서는 불공정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