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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이 2조원 되는 시장…세계 최대 VC가 투자방식 바꾼 이유 [아이티라떼]

황순민 기자
입력 : 
2021-11-10 15:20:15
수정 : 
2021-11-11 02: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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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VC 세콰이어캐피털

낡은 VC운용방식 버리고
테크기업 변화속도 따라간다

10년 펀드 만기 없애고
혁신기업에 장기투자
사진설명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벤처스가 10년 전 두나무에 투자한 2억원이 현재 가치 2조원으로 평가받아 화제입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기업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카카오와 해당 펀드 투자자들이 '지분 매각'이 아닌 '현물(주식) 청산'을 결정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중 한 곳인 세콰이어캐피털이 최근 바꾼 투자정책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펀드 만기에 맞춰 수익을 확보하는 전통적인 투자 방식을 버리고, 혁신 스타트업에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업계 최초의 시도에 나서기로 해 관심이 집중됩니다. 전통적인 VC들은 그간 통상적으로 7~10년 만기의 펀드를 조성해 이 기간 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기술 혁신 속도가 유례 없이 빨라지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이 같은 VC의 투자 사이클이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 사이클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는 펀드의 만기 사이클에 맞춰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포장하는 부작용도 있었죠. 해묵은 투자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봐 제2의 구글, 테슬라를 찾겠다는 게 세계 최대 VC의 야심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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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콰이어캐피털은 최근 '지속가능기업 설립을 위한 인내자본'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10년 만기 펀드 구조를 더이상 유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 세콰이어캐피털 공지문 캡처]
세콰이어캐피털은 최근 '지속가능기업 설립을 위한 인내자본'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10년 만기 펀드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 펀드 구조를 만기일이 없는 모펀드인 '세콰이어 펀드'로 구조조정하고, 시리즈A부터 IPO(기업공개)까지 투자 단계에 따라 자펀드를 만들어 모펀드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세콰이어캐피털은 "벤처 캐피털의 혁신은 우리가 서비스하는 회사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면서 "우리 산업(VC)은 1970년대에 개척된 경직된 10년 자금 순환에 여전히 신세를 지고 있다"고 구조 혁신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세콰이어캐피탈은 "칩이 줄어들고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로 이동하는데, 벤처 캐피털은 플로피 디스크와 같은 사업을 계속했다"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과거에는 VC업계의 10년의 자금 순환 구조가 타당했지만 혁신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최근에는 의미 있는 관계를 조기에 축소하고 기업과 투자 파트너를 잘못 조정하는 등 부작용이 야기됐다는 지적입니다. 세콰이어 캐피탈은 이 회사가 투자한 애플, 구글, 시스코, 줌 등의 회사를 언급하면서 "최고의 설립자들은 세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길 원하고 그들의 야망은 10년이라는 기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령 세콰이어가 초기에 투자한 구글의 지분을 현재까지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 수익률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죠. '인내심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이야말로 최대의 수익을 가져온다는 게 이 회사가 오랜 경험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세콰이어캐피탈은 운용자금규모(AUM)가 10조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탈입니다. 1972년 벤처 투자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돈 발렌타인(Don Valentine)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했습니다. 애플, 오라클, 씨스코, 구글, 유튜브, 왓츠앱 등에 투자해 성공 신화를 썼죠. 한국 회사중에는 쿠팡, 마켓컬리, 토스, 무신사 등이 이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벤처캐피털은 LP(유한책임출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투자조합을 만들고 투자금을 운용합니다. 국내의 경우 펀드조합의 만기는 5~10년이 통상적입니다. 세콰이어의 변화 선언은 글로벌 VC업계에도 작지 않은 반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펀드 만기가 사실상 폐기되면서 VC가 소프트뱅크 등 대규모 펀드들과 규모의 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테크 유니콘 발굴 및 투자에 강점을 가진 VC가 자산운용업계 전반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국내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VC는 세콰이어캐피털과 같은 구조로 펀드 결성을 하는 곳은 아직 없지만 만기 시점을 늘리는 등 장기적 보유로 가져가는 흐름은 감지된다"면서 "새로 모집할 펀드를 세콰이어처럼 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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