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벤처캐피털 상장...기업가치 측정방식은 아리송
입력 2021.11.05 07:11
    KTB네트워크 상장 예비심사 통과
    스톤브릿지·HB인베 등도 상장 준비
    PER? PBR?...가치측정은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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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KTB네트워크, 스톤브릿지벤처스, HB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이하 VC) 회사의 상장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비상장 투자 ‘대박’ 물결이 VC 상장 분위기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VC의 기업가치 산정(밸류에이션;valuation)을 두고 논란 발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펀드 수익률을 기준으로 순이익이 매겨지는 만큼 실적 성과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8일 KTB네트워크가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연내 상장을 마칠 계획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 역시 지난 10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둔 상태다. 상장 주관사인 KB증권, 삼성증권이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다. 

      HB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도 상장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8년 미래에셋증권을, H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둔 상태다. 

      최근 공모주 열풍과 맞물려 VC들의 실적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VC 상장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KTB네트워크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441억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작년 순이익 12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배 증가했다. 

      다만 상장 주관사로서는 가치 측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 부담이다. VC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실적을 예측하기가 까다로운 탓이다. VC는 개별 펀드의 청산을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exit)가 주요 수입원이다. 결국 펀드 자체의 수익률이 순이익과 직결되는데, 이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 수익률이 좋았다고 해서 해당 하우스가 올해도 그만큼의 투자 수익을 올린다는 장담을 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기업가치 측정을 두고 투자업계도 아리송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VC 기업가치 측정은 통상 주가수익비율(PER)을 사용해왔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인 데다 아주IB투자, 린드먼아시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과거에 상장한 VC 전례를 토대로 기업가치를 측정하기에 편리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 폭발적인 유동성 장세에 비상장 주식 기업가치가 오르면서 VC 주가 및 순이익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Valuation)을 한다면 과거와 비교해 VC의 몸값이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금융사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AUM(누적 펀드규모)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VC들이 AUM이나 순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PBR을 활용하기에는 발행사로서는 망설여질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VC는 은행이나 카드사 등과 달리 순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라며 “(AUM이라고 하면) 운용 중인 펀드에 출자한 금액 정도가 될 텐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밸류가 낮아진다. 또한 펀드 장부를 일일이 검토할 수가 없어서 거래소를 비롯해 금융 당국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