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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 새우가 고래 삼켰지만 갈 길 첩첩산중

[CEO LOUNGE]쌍용차 우선협상대상자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21.11.01 16:47:58
  • 최종수정 : 2021.11.11 13:41:08
1959년생/ 연세대 사회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KBS 기획제작실 PD 공채 11기 ‘연예가중계’ 등 연출/ SBS 교양국 PD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연출/ ES청원 대표/ 에디슨모터스 대표이사 회장(현)

1959년생/ 연세대 사회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KBS 기획제작실 PD 공채 11기 ‘연예가중계’ 등 연출/ SBS 교양국 PD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연출/ ES청원 대표/ 에디슨모터스 대표이사 회장(현)

쌍용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아픈 손가락이다. 故 하동환 한원그룹 회장이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가 모태다.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86년 당시 재계 5위였던 쌍용그룹의 품에 안기며 쌍용차가 됐다. 코란도, 무쏘, 렉스턴, 체어맨 등 대표 모델이 만들어진 전성기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했다. 1998년 대우그룹으로 넘어갔고, 대우그룹마저 휘청이며 채권단 손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이후에도 험난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기술 유출 논란 끝에 2010년 한국 시장을 떠났다. 상하이차 사태 후 쌍용차는 법정관리와 평택공장 유혈 사태 등 큰 아픔을 겪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 쌍용차는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국내 SUV 경쟁이 치열해지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코로나19로 대주주 마힌드라 상황이 악화하며 기업회생과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 70년 가까운 역사가 위기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쌍용차 조타수를 쥐게 될 새 주인 후보로 에디슨모터스가 올라섰다. 17년 만에 국내 회사가 경영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름도 생소한 에디슨모터스는 전기 버스 등 전기차를 생산한다. 한국화이바의 친환경차량사업부가 전신으로 수원여객 등 운수 회사에 전기 버스를 납품해왔다. 지난해 매출 898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올렸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9502억원으로 에디슨모터스의 30배에 달한다. 한마디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 됐다.

쌍용차와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법원에 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에디슨모터스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다. 유일한 경쟁 상대였던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이 자금 조달 증빙 부족으로 평가에서 제외되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에디슨모터스로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본입찰에서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은 5000억원대 초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2000억원대 후반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부채는 공익 채권을 포함해 7000억~1조원가량이다.

▶방송사 PD 사표 내고 외주사 설립

▷폐기물 처리·신재생에너지 사업 성과

에디슨모터스를 이끄는 강영권 회장(62)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PD’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첫 직업은 KBS PD였다. 6년간 KBS에 몸담았던 그는 1991년 갓 설립된 SBS로 이직해 단숨에 스타 PD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도 방영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연예가중계’ 등을 담당했다. 한때 프로그램이 4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업계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갈망이 컸다. SBS에 사표를 던진 뒤 1997년 외주 제작사 ‘CAA’를 설립했다. ‘호기심 천국’ ‘TV 특종! 놀라운 세상’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방송 3사에 납품하며 설립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그러나 방송계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진짜’ 사업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강 회장은 CAA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2003년 폐기물 처리·신재생에너지 업체인 ES청원에 투자했다. 당시 친환경 사업은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미래 성장성을 봤다. 그의 예상대로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4년 만에 매출 4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전기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테슬라를 필두로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전기차 불모지라는 판단에서였다. 2016년 ES청원 등 투자하던 폐기물 업체를 1138억원에 매각한 뒤 중국에 넘어갔던 전기차 업체 한국화이바를 인수했다.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의 이름을 따 기업명을 ‘에디슨모터스’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 운수 회사에 전기 버스를 납품했지만 매출원가가 매출액보다 컸다. 비용 개선을 이뤄내며 2019년 매출 809억원·영업이익 57억원으로 2년 만에 흑자로 회사를 돌려놨다. 지난해 서울시 전기 버스 점유율 1위를 기록해 매출 898억원·영업이익 28억원을 올렸다.

▶“쌍용차를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

▷인수자금 마련·전기차 개발 험난

강 회장은 “쌍용차를 테슬라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그는 지난 8월 “쌍용차를 인수해 구조조정으로 흑자를 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다”라면서 “연간 600만~1000만대를 판매해 테슬라·폭스바겐·토요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쌍용차 생산능력은 28만대 정도지만 실제로 15만대가량을 판매했고, 이제는 10만대 아래로 내려갔다”며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판매를 늘려 연산 30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엄청난 보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인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조4800억~1조62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 마련이 첫 번째 숙제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 3100억원을 쎄미시스코 유상증자와 재무적 투자자(FI)·전략적 투자자(SI)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 인수 후 운영자금 4900억~5300억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방안을 밝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으로부터 7000억~8000억원을 ‘자산 담보 대출’로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산은이 에디슨모터스 자금 지원 요청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양 사가 만남 전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강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에 7000억~8000억원대의 대출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산은은 “어떤 자금 지원 요청도 받은 바 없다”며 해명 자료를 냈다. 산은은 또 “인수 관련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에디슨모터스가 언론을 통해 산은 지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계획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 ‘요청했다’고 말한 적 없고 앞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말한 것”이라며 “인수금액 3100억원과 운영자금 5000억원을 투입하면 쌍용차가 어느 정도 건전한 회사가 되니 그때 담보 대출을 요청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산은은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와 정상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향후 자금 지원 문제와 별개로 산은은 쌍용차 채권 약 1900억원을 보유한 주채권은행으로 회생 계획안을 인가하는 데도 역할이 크다. 산은이 이례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산은 지원이 당연하다’는 식의 인식이 불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자금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도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며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된다.

에디슨모터스가 내놓은 전기차 전환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에디슨모터스는 2022년까지 10종, 2025년까지 2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겠다고 했다. 쌍용차의 기존 차체에 에디슨모터스의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하면 바로 전기차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1개 차종을 개발하는 데 100억~2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차 1개 모델을 개발하는 데 보통 3000억~4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목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디슨모터스가 전기 버스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왔다고 해도 상용 전기차 개발은 ‘완전히 다른 스토리’라는 설명이다. 산은은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사업 계획을 꼼꼼히 살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실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쌍용차 부실이 예상보다 크다면 최종 인수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명순영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2호 (2021.11.03~2021.1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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