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벤처스 "13개 펀드에 2600억 운용...60개 넘는 롯데 계열사와 시너지 낼 기업 찾아"

[이종훈 투자본부장 인터뷰] "미국·베트남 등 스트트업 해외 진출 디딤돌 될 것"

인터뷰입력 :2021/10/26 09:21    수정: 2021/10/26 14:35

"13개 펀드에 2600억원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60개 넘는 롯데 계열사와 협업해 세상을 바꿔나갈 스타트업을 찾습니다."

이종훈 롯데벤처스 투자본부장(상무)은 25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CVC가 엑설러레이팅을 하는 곳은 국내서 우리가 유일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CVC(기업주도형 VC)인 롯데벤처스는 2016년 2월 롯데엑설러레이터로 출발했다. 올 4월 현재의 롯데벤처스로 사명을 바꿨다. 롯데벤처스와 같은 CVC는 벤처캐피털(VC, 창업투자회사)과 성격이 다르다. 자금을 외부가 아닌 대기업 모회사 내부에서 조달한다. VC처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지만 모험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회수(엑시트)하는 것 보다 대기업 지주사 사업에 도움이 될 전략적 투자가 주를 이룬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CVC 투자가 괜찮다. 자금은 물론 CVC의 모기업 인프라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훈 상무는 엔젤투자를 비롯해 창업보육(BI)운영, 창업교육, 창업정책 연구, 스타트업 CFO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롯데벤처스 투자본부장으로 펀드운용은 물론 벤처투자, 액셀러레이팅,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지휘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 겸임교수와 한국벤처창업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상무에게 롯데벤처스의 투자 철학과 투자 현황을 들어봤다.

이종훈 롯데벤처스 투자본부장이 사무실에서 투자 철학을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배경에 있는 제품들은 롯데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생산한 친환경 제품이다.

-롯데벤처스 출범이 남다르다.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직접 사재를 출연했다. 특히 신 회장이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을 찾아라”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다양한 계열사를 가진 우리가 직접 액설러레이팅을 해보면 어떠냐고 회장님이 직접 제안, 롯데벤처스가 만들어졌다. 롯데액셀러레이터 자본금 15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회장님이 사재로 출연했다. '롯데를 망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을 찾으라는게 회장님 주문이였다."

-현재 운용하는 펀드가 13개다. 어떤 펀드들을 운용하고 있나

=2018년 6월 그룹 계열사와 함께 조성한 272억원 규모의 '롯데스타트업펀드1호'가 시작이다. 계속 늘어나 13개가 됐다. 이번달에도 1개를 만들었다. 2년 3개월만에 운용 자금 2600억원을 모았다. 이것도 대단한 거다. 투자 단계는 씨드(Seed)부터 초기 및 중기 기업 등 다양하다. 처음에는 범용 펀드로 출발했지만 현재 여러 산업에 특화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산업 특화 펀드가 8개인데 유통 및 물류, 화학(케미컬), 식품, 케미컬 및 소재, 모빌리티, 홈쇼핑 신산업, 쇼핑 신산업, ESG 같은 산업에 투자했다. 부산 지역에 특화한 펀드도 있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들이 궁금하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엘캠프(L-Camp)'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을 지원한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은 170~180 정도다. 특히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으로 유명한 베어로보틱스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센스톤, 인공지능(AI)으로 쓰레기를 선별하는 로봇을 개발한 슈퍼빈 같은 업체들에 투자했다."

-롯데벤처스가 운영하는 '엘 캠프'는 어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가

"1년에 두번, 6개월 단위로 공개 선발한다. 경쟁률이 보통 30대1이다. 우리가 이미 투자한 기업들이 '엘 켐프'에 입소한다. 선발되면 6개월간 무료 교육과 컨설팅을 해준다. 데모데이도 한다. 전담 매니저를 붙여 초기 투자부터 후속 투자까지 제반 사항을 지원한다. 이미 130개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현재 20곳이 교육중이여서 조만간 졸업 기업이 150곳으로 늘어난다."

-어떤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나

=롯데가 보유한  60개 넘는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이 투자 1순위다. 롯데라는 인프라를 발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BM)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된다. 투자 회수 기간은 보통 4년이다. 엑시트 기업이 이제 서서히 나오고 있다. 2개는 이미 엑시트 했다."

이종훈 롯데벤처스 투자본부장. 현재 벤처창업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액설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으로 만들어 현재 접수가 진행중이다. 프로그램을 만든 계기는?

=27일이 접수 마감이다. 예상보다 많이 들어왔다. 보통 접수 마지막날에 거의 절반이 들어온다. 이 프로그램은 1세대 글로벌 청년 창업가라고 할 수 있는 신격호 창업주의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총 13개사를 선발해 지원한다. 다음 달 3일 창업주 '청년창업 기념식'에서 최우수 3개사에 각 1억원, 10개사에 각 200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선발한 곳을 대상으로 최대 25억원 규모의 투자도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도 제공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창업가 모임인 '82 스타트업'과 협력해 실리콘밸리의 주요 벤처캐피탈(VC)과 유명 한인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게 해 줄 계획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유명 스타트업인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와 몰로코 안익진 대표, 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 등이 멘토링할 거다. 구글 등 미국 현지 기업 방문은 코로나19로 어려울 것 같다."

-이번 행사의 총 지원금 30억원이다. 이 액수가 신격호 창업주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연관이 있나.

=롯데도 스타트업이였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던 시점에 19세의 신격호 청년이 경남 울주의 한 촌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다. 하지만 그렇게 건너간 일본에서 공학 공부까지 했지만 멸시받는 조센징에 밀입국자 신분, 여기에 전쟁으로 요새말로 흙수저로 살아야 했다. 다행히 아르바이트 하던 곳의 사업가가 신격호 청년의 성실한 태도와 영민함을 보고 창업자금을 대줬다. 그 금액이 6만엔, 현재 가치로 약 30억원 정도 된다. 그래서 이번에 상징적으로 상금 5억원에 투자금 25억원을 합쳐 3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거다. 신격호 청년이 6만엔을 지원받아 시작한 첫 사업이 군수용 커팅오일인데 미 공군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고 전쟁이 끝난 후 롯데라는 스타트업을 다시 만들었다. 첫 창업에 망하고 피봇해서 세운 회사가 롯데인 것이다."

-앞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라던데

=성공 가능성을 가진 스타트업이 한국에 많다. GDP 대비 벤처투자금을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중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우리가 가진 인프라와 인력을 보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안 나올 수 없다. 우리는 700만 한상도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한국 엔지니어들도 많다. 누군가 해외로 연결해주는 브릿지 역할만 해주면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이 역할을 우리가 하려고 한다. 우선 미국부터 하고 그 다음은 베트남을 생각하고 있다. 지난 8월 외국계 벤처캐피털 허가를 우리가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받았다. 한국 스타트업 중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공개 모집해 지원할 예정이다. 롯데는 베트남에 호텔, 백화점, 마트, 롯데리아 같은 인프라가 탄탄하다.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도 고려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도 롯데의 많은 계열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장이지만 일본도 정조준하고 있다. 한국 기업 중 스타트업의 일본진출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곳이 롯데라고 생각한다. 일본롯데의 인프라와 노하우,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시장에서 누가 제2의 쿠팡이 될지가 관심이다. 투자 전문가인데 누가 제2의 쿠팡이 될 것 같은가

"당연히 야놀자라고 생각한다. 야놀자의 호텔관리시스템을 봐라. 어쩌면 야놀자가 쿠팡보다 더 클 수 있다. 롯데 입장에서도 야놀자가 제일 무섭다(웃음)."

이종훈 롯데벤처스 본부장이 롯데 상징이 된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투자 기업을 설명하고 있다.

-투자 기준이 궁금하다. 애터튜드(마음가짐)와 퍼포먼스(성과)중 어느 것을 중시하나. 스타트업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애터튜드와 전문성 다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과락이 있으면 안된다. 보통 열정이 넘치는 친구는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대기업도 정부도 못하는 일을 하는 하는 스타트업을 원한다. 소고기 등급제 문제를 해결한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대기업도 농협도 정부도 못한 일이다. 스타트업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첫째, 돈(투자수익)부터 보지 말라는 거다. 창업가들의 PT를 듣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이 친구가 꿈꾸는 세상이 이뤄진다면 우리 아이들의 삶이 정말 좋아지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이럴 때는 무조건 붙잡는다. 돈(투자수익)은 이런 선한 시도에 대한 결과물이다. 둘째는 글로벌하게 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시장은 너무 좁다. 이제 우리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꿈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본다. 창업 후 성장과정에서 피봇은 필수다. 창업 이후 겪어야 할 고통과 고난을 감내하고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피봇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팀웍도 중요하다."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에 제안을 한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정부 스타트업 정책이 10년이 넘었는데 데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10년전 정책이 또 나온다. 도돌이표다.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들이 단기적으로 바뀌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해 꽃을 피우려면 10년이 걸린다. 공무원들도 한 분야를 10년 했으면 한다. 토스나 와디즈처럼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는 지원 환경도 필수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이용하는게 아니라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활용하는 시대다. 돈과 인프라가 있지만 대기업이 갑이 아니다. 유망 스타트업이 갑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러 갔다 거절당한 적도 여러번 있다. 그런데 정부 시각은 여전히 대기업을 갑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상무는...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및 한국벤처창업학회 이사(현)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조교수(전)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팀장(전) ▲JNT Investment 투자팀 부장(전) ▲홍익대 전파공학과 학사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Electrical Engineering(MS) & Biomedical Engineering(Ph.D. Candidate)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박사 졸업(한국 벤처캐피탈의 창업초기기업 투자에 관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