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해외 대체투자에 손 놓다시피 했던 국내 자산운용사가 연이어 대체투자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해놓지 않은 펀드)를 내놓으며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체투자는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 중심이어서 현지 실사 여부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초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현지 실사에 차질이 빚어지자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한동안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자 자금을 모으며 투자 고삐를 죄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 재시동 거는 기관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최근 해외 대체투자를 위한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할 기관투자가를 모집하고 있다. 펀드 규모는 300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펀드로 유럽 주요 도시의 핵심지역 부동산 등에 분산 투자할 계획이다. 대출 투자 방식으로 연 4~5%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 대상 발굴과 운용은 현지 자산운용사인 M&G가 맡는다.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 부동산투자회사인 M&G는 전 세계 운용자산 규모가 54조원(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선 서울 종로 센트로폴리스빌딩을 인수한 곳으로 유명하다.

삼성SRA자산운용도 해외 부동산 블라인드펀드를 준비 중이다. 삼성생명이 1500억원을 출자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1500억원을 모은 뒤 유럽·미국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KTB투자증권은 NH아문디자산운용과 국내 금융권 자금을 토대로 해외 블라인드펀드를 검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 경험이 많은 KTB자산운용에서 전문 인력을 데려와 블라인드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유럽 물류센터에 특화한 블라인드펀드 1호를 조성한 베스타스자산운용도 두 번째 펀드 준비를 시작했다. 메리츠대체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도 해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2015년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삼성SRA자산운용이 2015년과 이듬해 연이어 해외 부동산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2015년 4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로 하늘길마저 막히자 해외 대체투자는 한동안 위축됐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해외 투자 리스크가 커지면서 투자 대상이 미리 정해진 프로젝트 펀드 위주로만 출자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자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른 블라인드펀드의 필요성이 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요즘은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의사 결정을 1~2주 안에 끝내야 해 사전에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해 둔 외국 운용사들이 유리하다”며 “반면 투자 대상을 미리 찾은 뒤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려던 일부 운용사는 투자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마스턴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조성하는 블라인드펀드는 국내 펀드 출자기관(LP)의 내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투자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해외투자 분야에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려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에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김진성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