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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충무로에서] ESG투자 열기, 찻잔 속 태풍 안되려면

강두순 기자
입력 : 
2021-10-12 00:07:01
수정 : 
2021-11-11 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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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책임·투명경영) 가치에 기반한 책임 투자 원칙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화두가 되면서 1000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큰손의 투자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9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당장 내년부터 ESG 평가등급에 기초한 투자를 전체 운용 자산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경우 400조원 이상의 자금이 ESG와 연계한 국내외 다양한 투자처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주요 공제회들은 ESG 리스크관리 평가지표를 개발해 ESG 투자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를 과감히 지양한다고 밝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일부 큰손들은 당장 외부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 ESG 평가 잣대를 들이대고 나섰다. 교직원공제회는 얼마 전 진행한 사모투자펀드(PEF)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항목에 사회책임투자 관련 부분을 명시토록 했다. ESG 관련 준수·위반 여부와 ESG 적용·실천 사례도 자세히 적어 내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큰손들의 움직임에 가장 촉각을 세우는 곳은 이들로부터 출자받은 자금을 굴려 성과를 내야 하는 여러 운용사들일 것이다. 실제로 IMM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은 ESG 전담 부서를 꾸리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투자 기피 대상 기업 분류 작업부터 운용사 내부 인력 구성과 운용 방식이 ESG 기준에 들어맞는지까지 외부 컨설팅 기관의 도움을 받아 점검하는 등 준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도 ESG 투자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는 ESG 기반 투자라는 것이 엄밀히 말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는 데 근거한다. 실제 연기금·공제회들은 과거에도 투자 기업들이 환경오염과 노조갈등·갑질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 운용사들에 해명을 요구하거나 관리 책임을 물었던 전례가 있다. 최근 ESG라는 용어가 주목받자 분위기에 편승해 홍보 목적으로 포장만 바꿔 '부화뇌동'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좀 더 이롭게 하고자 하는 ESG 투자의 본질 가치는 여전히 유의미해 보인다. 다만 지금의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큰손들과 이들의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들의 더 많은 고민이 절실하다. 투자 성과를 어떻게 차별화하고 이를 기반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할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증권부 = 강두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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