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니콘’ 직방·스마트스터디·무신사, 투자 전문 자회사 설립···“경험·자본으로 후배 기업 성장 돕겠다"
전문가 “선후배 기업 모두 ‘윈윈'”···“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끌어낼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투자 전문 자회사를 통해 후배 스타트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국내 유니콘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이 아닌 경험과 자본을 바탕으로 같은 업종의 초기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서로 ‘윈윈’한다는 취지에서다. 

/ 이미지=브리즈인베스트먼트

직방은 2019년 11월 국내 최초로 프롭테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전문 VC 자회사,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에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여러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산업인 만큼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단순 부동산 플랫폼에 대한 제한적인 투자가 아니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메타버스 등 보다 폭넓은 프롭테크 분야로 확대해 투자하고 있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2월 직방과 우미건설이 100억원씩 출자해 만든 ‘프롭테크워터링펀드’를 통해 가구 물류 SaaS 플랫폼 ‘하우저’, 국내 최초 민간 태양광 발전 기업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현장 방문 없이 사진 몇 장으로 실내 공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VR 기업 큐픽스까지 총 9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모두 프롭테크와 관련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박제무 브리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첫 펀드 ‘프롭테크워터링펀드’의 이름처럼,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혁신적인 프롭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국내 전체 프롭테크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며 “프롭테크 기업 모두의 상생을 위해 현재 두 번째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미지=스마트스터디벤처스

‘핑크퐁 아기상어’ 콘텐츠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스마트스터디도 2019년 애니메이션·게임 등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투자 전문 자회사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했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아이돌봄 앱 스타트업 ‘째깍악어’, 캐릭터기업 ‘키키히어로즈’,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 등에 투자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조성한 450억원 규모의 ‘베이비샤크넥스트유니콘IP펀드’를 통해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 관계자는 “모회사의 핑크퐁 아기상어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모은 경험을 활용해 후배 기업에 대한 VC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스마트스터디와 전략적 협업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키우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커버낫’ 브랜드를 운영하는 배럴즈와 ‘디스이즈네버댓' 브랜드를 산하에 둔 제이케이앤디 등 패션 전문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들이 초기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재무적 이득이 아닌 사업 확장이 주목적인 만큼, 전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이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투자를 받은 후배 스타트업뿐 아니라, 투자를 한 선배 스타트업들이 성장을 이어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유니콘 기업의 후배 스타트업 투자는 재무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CVC와는 개념이 다르다”며 “유니콘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방식은 서로 ‘윈윈’하는 효과에 국내 벤처 산업 전반의 성장까지 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투자 방식의 최대 장점은 유니콘 기업이 가진 경험을 초기 스타트업들과 공유한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VC 전문가는 “유니콘 기업이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면, 재정 투입과 동시에 본인들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범위도 크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업계 생리를 이미 체득한 유니콘 기업들은 다른 대기업 CVC보다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값진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 방식이 앞으로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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