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투자공사(KIC)가 첫 투자 이후 약 15년 만에 총자산 2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단기간에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지만, 규모 면에서도 글로벌 대표 국부펀드에 비교하면 여전히 아직 갈 길이 멀다.

ESG 투자 등 새로운 조류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며, 국내 중소형 기관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길잡이 역할을 한층 강화하는 것도 KIC의 과제로 꼽힌다.

◇2천억 달러 쾌거…글로벌리 아직은 '조막손'

KIC의 순자산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2천억 달러를 넘었다. 2006년 10억 달러의 위탁 자금을 시작으로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다른 국부펀드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지 않은 수준이다.

순자산 2천억 달러는 글로벌 국부펀드 중 14위 규모다. 8월 말 기준으로 세계 최대인 노르웨이의 NIBM은 순자산이 1조4천억 달러에 육박한다. KIC가 추구하는 모델인 싱가포르 GIC도 5천억 달러가 넘는다.

자산 운용 시장에서 규모는 곧 경쟁력이다. 운용하는 자금 규모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투자 기회와 정보의 질이 달라진다.

KIC는 세계 10대 국부펀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약 3천억 달러 규모다. 이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용수익 외에도 위탁 자산의 확대가 불가피한 과제다.

KIC는 현재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위탁받고 있다. 기재부가 약 850억 달러를 위탁했고, 한은은 300억 달러가량을 맡겼다.

기재부는 외평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등을 매년 꾸준히 KIC에 위탁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KIC 위탁에 소극적이다. 2011년까지 200억 달러를 제공한 이후 수년간 추가 위탁을 하지 않다가 2016년과 2019년 각각 50억 달러씩 추가로 돈을 맡겼다.

2016년과 2019년은 공교롭게도 한은 직원이 KIC 임원에 취임한 시기이기도 해서, 자금 위탁이 인사 문제와 결부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기재부와 한은 등 기존 기관의 자금 위탁 확대 외에 다른 기관으로 위탁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과제다.

중소 연기금에서 자금을 위탁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KIC는 또 각종 공제회로 위탁 가능 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투자 신조류 선도…국내 기관 길잡이 역할도 막중

자산을 키우고 수익을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이 전문 해외투자 기관으로써 국내 금융산업의 동반 발전을 이끄는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급성장 등 글로벌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조류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 다른 기관과도 관련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

KIC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ESG 투자 전략을 전담하는 부서인 책임투자팀을 신설하는 등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ESG뿐만 아니라 최근 투자 금융 시장의 화두인 벤처·기술투자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KIC는 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사무소를 열었다. 기술투자 분야는 무엇보다 유망 기업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이너서클'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KIC는 샌프란시스코사무소에서 기술산업 분야에 정통한 현지 인력을 채용해 투자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KIC는 또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그룹과 유망 기술기업에 대한 1조 원 규모 공동투자 협약을 맺기도 했다.

대체투자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규모가 작은 국내 다른 연기금과 공동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KIC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과제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분야다.

KIC는 최근 국민연금과 함께 북미 지역 물류 자산에 총 6억 달러를 공동으로 투자하며 첫 '협업'을 성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경우 자체적인 대체투자 역량도 충분한 기관이다.

국민연금과 공동투자 성사를 발판으로, 다른 중소 연기금과의 협력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제기된다.

진승호 KIC 사장은 "해외투자협의회, 국제금융협의체 등 KIC가 주관하는 협의체들을 통해 국내 금융투자기관들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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