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조합 3년간 81개 증가, 수도권 제외 최대
출연연 기술창업 5년간 222개 중 120개가 대전에
"KAIST·출연연 중심 벤처창업, 대전 가능성 유망"

서울·경기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대전이 신규 벤처 투자조합 최다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김남준 디자이너]
대전에서만 최근 3년간 신규 벤처 투자조합이 81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기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최다 수치다. 투자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KAIST가 밀집한 대덕연구단지에 딥테크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벤처 투자 열풍이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딥테크 창업 - 오랜 과학적 성과나 이전에 없던 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 기반 창업을 일컫는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기부에 등록된 누적 개인투자조합은 대전만 122개로 집계됐다. 서울(814개), 경기(216개), 대전을 제외한 그 외 지역이 총 287개 투자조합이 결성된 걸 감안하면, 대전 지역에 벤처 투자 열풍이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투자조합은 개인이나 투자자 등이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분하는 결성체를 일컫는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체계다. 조합원 수는 최대 49명이고 유한책임조합원으로 구성된다. 결성된 조합은 중기부에 등록해야 실제 투자가 가능해진다.

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신규 투자조합 등록 수는 대전이 2018년(35개), 2019년(26개), 2020년(20개) 등 매년 신규 투자조합이 생겨났다. 같은 기간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역을 모두 합치면 2018년(69개), 2019년(65개), 2020년(73개)를 기록했다. 

◆출연연 기술창업도 '급증세'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출연연 기술을 활용한 창업기업은 최근 5년간(2016~2020) 222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그중 120여 개 기업이 대전 소재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는 연구소기업, 연구원 창업, 신기술 창업 전문회사 설립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대전 지역에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출연연 기술을 활용한 딥테크 창업은 수도권과 타지역에선 할 수 없는 대전만 할 수 있는 창업이다. 연구자들이 그동안 연구하던 주제로 창업하는 만큼 시작점 자체가 앞선다. 또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고객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출연연이나 KAIST에서 연구하던 주제로 창업한 기업은 대표적으로 바이오니아, 쎄트렉아이, 토모큐브, 소바젠, 와이바이로직스 등 수두룩하다. 

이들 대다수가 연구하던 주제를 가지고 창업하는 40대, 50대라는 독특한 특징을 나타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2007년에서 2014년까지 창업한 미국 벤처 270만 개를 조사한 결과, 설립 당시 창업자 평균 나이도 42세였다. 그 가운데 0.1%급에 속하는 고성장 벤처 창업자의 창업 당시 평균 나이는 45세였다.

◆"산업 변혁 주체 이젠 스타트업, 대전에 강점"

전문가들은 대전에 벤처 투자 열풍이 부는 배경으로 출연연과 KAIST에서 태동한 기술창업 스타트업을 꼽았다.

이종석 한국엔젤투자협회 충청권 엔젤투자허브 센터장은 "대전은 출연연과 KAIST가 지닌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처럼 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주체들이 모여 있어 벤처 투자 열풍이 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채광 한국엔젤투자협회 부회장(도룡벤처포럼 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함에 따라 산업 변혁의 주체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대전은 KAIST와 출연연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서울에 있는 투자자들이 대전에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평소에 투자에 관심을 가진 개인들도 자연스럽게 대전 지역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대전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출연연에서 나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투자 생태계가 발전하고 있고 분기점을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벤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겠지만, 딥테크 창업이 유망한 대전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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