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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제약‧바이오 라이선스이전, 제2의 ‘레이저티닙’ 나올까

유한양행·종근당·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사 국내외 바이오벤처 투자 진행
바이오벤처-대형제약사간 기술이전은 손에 꼽혀… 지분투자는 신기술·플랫폼에 집중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2015년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 2018년 글로벌 빅파마인 얀센 바이오텍에 기술 수출한 ‘레이저티닙’. 국내 31번째 신약 ‘렉라자’로 상용화됐고, 병용요법을 통한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중소벤처-국내 대형 제약사-글로벌 빅파마로 연결되는 삼각구도를 만들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오픈 이노베이션’의 모범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런 사례가 또 나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진다. 
 

바이오벤처 ‘라이선스아웃’ 153건 중 35건만이 제약 대기업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공개한 한국제약바이오 파이프라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아웃(기술 수출)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 이전은 활발해지는 추세다. 2019년 36건(물질 28건, 플랫폼 8건)에 불과했던 라이선스 이전 계약은 지난해 105건(물질 60건, 플랫폼 45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분기에만 85건(물질 39건, 플랫폼 46건)에 달하는 등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라이센스아웃 분석 [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특히 오픈이노베이션 붐에 힘입어 중소바이오벤처들이 라이선스아웃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협회 조사 대상 기업 중 중소벤처사의 라이선스아웃은 153건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23건)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제2의 ‘레이저티닙’이 이른 시일 내에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국내 대기업이 국내 바이오벤처로부터 신약후보물질을 라이선스인 하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오스코텍이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레이저티닙과 같이 바이오벤처가 대‧중견기업에 라이선스아웃한 사례는 35건 수준에 불과했다. 바이오벤처의 라이선스아웃은 바이오벤처간 기술이전(64건)이 가장 많았고, 해외기업 기술이전(50건)이 뒤를 이었다.

바이오벤처 업계에선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 라이선스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실제 국내 제약 빅5(매출액 기준)가 도입한 국내 바이오벤처의 신약후보물질은 손에 꼽힌다. 유한양행이 레이저티닙 외에 만성자발성 두드러기를 적응증으로 하는 바이오 신약 YH35324를 지난해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했고, 지난 7월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대웅제약도 앞서 지난 2018년 말 궤양성 대장염 후보물질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로부터 라이선스인(기술 도입)해 국내와 중국, 일본 등 22개 국가에서 사업권리를 확보했고, 현재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2016년 아주대학교로부터 교모세포종(GBM) 유전자 세포 치료제인 'HM21001'을 도입해 최근까지 연구해 왔지만 해당 계약은 지난 6월 계약 해지됐다.

물론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국내 바이오벤처나 연구기관의 기술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앞서 2015년 미국 알레그로로부터 망막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루미네이트(ALG-1001)을 도입해 현재 해외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2019년엔 미국 유망 바이오벤처인 페인스로부터 면역항암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도입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9년 말에는 미국 랩트사로부터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CR4(FLX475)를 기술도입하는 등 해외 기술 도입에 나섰다.

종근당 역시 해외 바이오벤처의 기술 라이선스인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종근당은 2015년 미국 카라테라퓨틱스로부터 요독성 소양증(가려움증) 치료제인 ‘CR-845’의 국내 독점 개발 및 판권을 라이선스인 했다. 최근 CR-845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으며 국내에서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근당은 이 외에도 2015년 프랑스 네오벡스로부터 도입한 전신홍반성 루푸스 신약 IFN-K가 임상 2상을 수행 중이며, 프랑스 OSE 이뮤노테라퓨틱스로부터 2019년 도입한 비소세포폐암 2, 3차 치료제 테도피(Tedopi)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외 바이오벤처로부터의 라이선스인 전략의 경우 대부분이 국내 판권 계약 수준이라는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긍정적 사례로 꼽긴 어렵다. 한미약품이 페인스로부터 도입한 면역항암 이중항체 후보물질의 경우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을 가지는 계약이지만, 이 외 나머지 계약은 대부분이 한국 판권을 확보하는 수준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개발 중인 바이오 신약의 국내 판권을 미리 라이선스인 하는 것은 제약사에 있어서 낮은 리스크로 일정 부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개발에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의약품 개발 능력을 향상하거나 높은 수익성을 가질 수 있는 계약으로 보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후보물질 도입보다 ‘신기술 기업’ 지분투자 활발

물론 대형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신약후보물질 라이선스인 뿐만이 아니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지분 투자 역시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꼽힌다. 지분투자를 통해 끈끈한 협업 관계를 형성하고 신약후보물질과 기술들에 대한 검증도 해 향후 라이선스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유한양행의 경우 2019년 4건, 2020년 7건, 올해 상반기까지 5건 등 국내외 바이오벤처에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다. 종근당도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를 통해 다양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2019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 유전자가위 응용 신약 개발기업 지플러스생명과학 등에 투자했고, 최근에는 리보핵신(RNA) 기술 신약 개발 기업 올릭스 지분을 장내매수했다.   

2015년 국내바이오텍인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한 대웅제약은 최근 글로벌 바이오벤처 투자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올바이오파마와 함께 미국 바이오벤처인 알로플렉스에 100만 달러 규모의 공동투자를 진행했으며, 이에 앞서 미국 제약사 뉴론에 1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2일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왼쪽에서 두번째)와 김용주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오른쪽에서 세번째) 및 양사 임원들이 공동연구개발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미약품]
지분투자 없이 공동연구개발 협력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한미약품은 경우 최근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에 글로벌 기술을 갖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협업을 통해 이중항체 ADC 항암제를 공동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약기업들의 최근의 투자 양상을 보면 케미컬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투자보다는 새로운 치료제 기술과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많다”며 “신약 후보물질에 투자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 등에서 가능성을 찾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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