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높은 몸값으로 잇따라 상장하면서 이들 기업에 투자한 연기금 등 기관의 벤처투자 수익률도 치솟고 있다. 특히 우편 업무를 총괄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 투자 한 건으로 무려 1조원가량의 차익을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트렸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본 예금사업단은 지난 1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카뱅 주식 1368만383주(2.9%)를 1조1000억원에 팔아 1조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우본은 카뱅에 6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블록딜(1조1000억원) 이후에도 0.33%(약 1300억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총 수익률은 12배를 웃돌 전망이다.

우본이 카뱅에 투자를 시작한 건 2015년 11월이다. 국민은행, 텐센트, 한국투자금융지주, 이베이코리아, 예스24, 넷마블, 로엔(멜론) 등 11개 투자사와 함께 자본금 3000억원을 댔다. 우본이 첫 출자금을 낸 건 이 중 120억원이었다. 이후 카뱅이 상장하기 전까지 투자 시리즈마다 참여해 총 1000억원가량을 넣었다.

투자업계에선 이번 우본의 카뱅 투자 성공 사례를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본 예금사업단은 다른 연기금에 비해 벤처투자 분야에서 그다지 눈에 띄는 대박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금사업단 자금은 우체국 예금 등을 통해 모은 것이어서 언제든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83조원가량의 운용 자금 대부분을 투자 회수가 용이한 국공채나 A- 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매입하는 데 쓴다. 비교적 장기로 투자해야 하는 벤처·사모펀드(PEF)나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은 다른 연기금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우본이 이번에 카뱅 주식을 대량으로 정리한 건 우본의 자산배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카뱅의 주가가 오르면서 우본의 대체투자 보유 비중이 내부 포트폴리오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카뱅 상장 전 지난 1분기 우본 예금사업단의 대체투자 비중은 7.2%(5조9784억원)였다.

우본의 카뱅 투자는 예금사업단 대체투자팀에서 주도했다. 총 11명인 이 팀은 카뱅을 발굴하고 초기 투자부터 이어진 투자의 결정을 내려 투자금을 집행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PE)나 벤처캐피털 등 민간 금융회사처럼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려도 이에 따른 성과보수는 없다. 통상 민간 금융사들은 투자 성공 시 초과 수익금의 80%가량을 회사와 운용역(심사역) 등이 나눠 갖는다. 우본 관계자는 “운용역들은 공무원 신분이어서 인사평가에 따른 연말 성과급을 받는다”며 “투자 성공에 대한 보상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