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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니콘 성공시대] 유니콘 4곳 늘어… 코로나·디지털전환 촉매제, 스타트업 투자 월 1조원 시대… 제2 쿠팡 찾아라

김병수 기자
입력 : 
2021-08-31 13:38:54
수정 : 
2021-08-31 13: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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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이 최근 1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일약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자리에 올랐다. 당근마켓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이번 투자에는 DST글로벌과 애스펙스매니지먼트, 레버런트파트너스 등 신규 투자사와 기존 투자사인 굿워터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알토스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스트롱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누적 투자액수는 2270억원이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1월 50만 명이었던 월간 이용자 수는 2019년 180만 명, 2020년 480만 명, 2021년 1420만 명을 넘어섰다.

#올 들어 최근까지 소위 K유니콘 기업이 4개 탄생했다. 이 속도라면 2019년 6개를 넘어설 게 유력하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기존 유니콘 기업이 빠졌지만 직방, 두나무, 컬리 등 스타트업들이 신규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시장에서 각각 해당 분야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은 스타트업들이다. 업계에선 유니콘 기업 수의 증가는 국내 창업 벤처 생태계가 그만큼 성장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세회 중기벤처부 투자회수관리과장은 “올 들어서만 유니콘 기업이 4개 늘어난 것은 제2 벤처붐이라고 부를 정도로 상당히 빠른 속도”라며 “지난해 벤처펀드 신규 결성액이 6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규모 투자와 후속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도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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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당장 가능성만 보고 몰린 투자금이 월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핀테크, 바이오 등 첨단 기술 기업에는 전문인력이 몰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 붕괴와 함께 주춤하던 스타트업 창업은 2018년 처음으로 10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만 개를 넘어섰다. 7월 기준 10개사가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같은 스타트업 성장의 배경에는 앞선 성공신화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의 확산,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소위 스타트업 출신이다. 국내에서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가 전통적인 대기업을 넘어서는 모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은 물론 굴지의 대기업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특히 언택트 확산은 ‘플랫폼’ 산업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새로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하고 있다는 것. 실제 신규 유니콘인 직방, 두나무는 부동산과 암호화폐 거래 분야 플랫폼 기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에 기름을 부었다. 비대면 주문, 배달의 급증이 대표적 사례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디지털 전환 속도를 10년 이상 앞당겼다. 새로운 물결을 타고 과감한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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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창업 투자 역대 최고 수준 투자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들은 올해 상반기 총 4조353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작년 한 해 전체 투자 유치액인 3조3488억원보다 1조원이 넘는 액수다.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7곳이나 됐다. 투자도 512건으로 전년 동기 319건보다 61%나 늘었다.

최근에는 ‘월 1조원 투자 시대’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7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의 투자가 이뤄지는 등 사상 최대 벤처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7월 투자는 ‘메가딜’ 야놀자가 견인했다. 야놀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Ⅱ로부터 2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가 9조원에 육박했다. 이커머스·물류 분야 스타트업 투자도 강세를 띠었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2254억원, 농수산물 거래 플랫폼 ‘트릿지’가 688억원의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축산물 유통 플랫폼 정육각도 300억원, 프리미엄 한우 커머스 기업 설로인이 16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의 운영재단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가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개인 간 거래(P2P) 금융 플랫폼 ‘랜딧’도 504억원, 자산관리 전문 플랫폼 ‘뱅크샐러드’도 400억원의 투자를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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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본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쿠팡·야놀자·하이퍼커넥트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사)급에 올라선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을 지켜본 해외 벤처캐피털(VC)의 국내 진출이 최근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시리즈A 투자 유치 이전 단계에 있는 이른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까지 글로벌 VC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는 통상 시드(엔젤),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와 필요에 따라서 시리즈D 이상이 따라붙는다. 마지막 단계가 기업공개(IPO)다. 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투자금액이 커지고 리스크가 낮아지는 대신 투자로 인한 성과 역시 줄어드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테크 기업 투자에 성공한 미국 실리콘밸리 VC 굿워터캐피털이 한국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굿워터캐피털은 앞서 쿠팡·당근마켓·토스 등 K스타트업에 투자해 큰 성과를 챙겼다. 지난 2017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뒤 전 세계 16개 지역에 지사를 둔 초얼리스테이지 VC ‘앤틀러’도 한국 진출 준비에 착수했다. 앤틀러는 스타트업 멤버가 구성되기 전 단계부터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지원한다.

스타트업 투자 분석 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외국 투자사로부터의 시드 투자액은 8월 13일까지 60억1000만원으로 2019년(78억6000만원), 2020년(80억7000만원) 한 해 전체 규모에 다가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리즈A 직전인 프리A 단계에는 올해만 119억4000만원이 몰리며 2019년(42억8000만원), 2020년(47억4000만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 VC 관계자는 “해외 진출 계획이나 상장 목표가 있는 스타트업은 해외 VC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VC와 비교해 비교적 의사 결정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스타트업 붐에 대해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국내 스타트업의 몸값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었다는 게 대표적. 유동성은 넘치는데, 투자할 만한 기업은 적다보니 일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다. 국내 VC들이 극초기 스타트업에는 투자를 꺼려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1000억원이 넘는 메가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대형화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다만 상대적으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증가하지 않아 투자 시장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 문제 또한 골칫거리다. 당장 52시간 규제를 놓고 일부 스타트업들은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직역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자본의 흐름에 비해 국내 정책과 규제가 따르지 못하면 여전히 우물 밖을 뛰쳐나가지 못한 올챙이(스타트업)만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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