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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KTB금융그룹 회장 | 순풍에 돛 단 듯…역대급 실적에 VC 상장도

[CEO LOUNGE]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21.08.29 22:42:11
  • 최종수정 : 2021.11.11 13:50:35
1968년생/ 고려대 경영대 중퇴/ 2004년 다올신탁 사장/ 2006년 하나다올자산운용 경영협의회 의장/ 2010년 하나다올신탁 사장/ 2016년 KTB투자증권 부회장/ 2018년 KTB금융그룹 부회장/ 2021년 KTB금융그룹 회장(현)

1968년생/ 고려대 경영대 중퇴/ 2004년 다올신탁 사장/ 2006년 하나다올자산운용 경영협의회 의장/ 2010년 하나다올신탁 사장/ 2016년 KTB투자증권 부회장/ 2018년 KTB금융그룹 부회장/ 2021년 KTB금융그룹 회장(현)

지난 7월 2일 KTB투자증권 직원은 예외 없이 깜짝 선물을 받았다. 이병철 KTB금융그룹 회장(53) 명의로 100만원 수표가 담긴 봉투를 전달받은 것. 인턴이든 계약직이든 상관없이 전 직원이 같은 금액을 받았다. 당시는 2분기 실적이 확정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예상되며 이 회장은 특별 격려금을 마련했다. 깜짝 이벤트 형식이라 계좌 송금이 아닌 봉투에 수표를 넣어 지급했다. 이 일이 여의도에 퍼지며 KTB투자증권 직원은 여의도 금융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이 회장은 “직원들이 너무 고생스럽게 일해줬고, 성과가 좋았던 터라 감사한 마음에 작은 선물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이병철 회장이 KTB금융그룹을 이끈 이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증권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이고, 국내 1세대 VC(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는 상장을 본격화한다. 유진저축은행 인수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3년여간 수익 구조가 탄탄하게 자리 잡으며 실적, 경쟁력, 기업가치 등 전 분야에서 ‘퀀텀점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주력 회사인 KTB투자증권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2년간(2019~ 2020년)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올 상반기(1~6월)에는 연결 기준 세전 이익으로 1200억원을 기록해 증권사 전환 이후 반기 기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당기순이익은 928억원으로 상반기에만 지난해 순이익(760억원)을 뛰어넘었다.

업계에서는 KTB투자증권이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 전망한다. 이 회장이 힘을 싣고 키운 투자은행(IB)은 물론 리테일 등 전 영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사업 확장 성과가 뚜렷하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6월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가진 유진에스비홀딩스 지분 51%를 인수하며 저축은행업에 뛰어들었다. 금융당국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가 완료하면 유진저축은행은 KTB그룹 자회사로 편입된다.

당초 KTB금융그룹은 유진저축은행 지분 30% 안팎 정도만 취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저축은행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경영권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1972년 설립한 유진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19억원으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477억원) 대비 10% 가깝게 성장했다. 지난해 말 총 자산 규모 기준 업계 7위권(2조9842억원)의 알짜 회사다.

저축은행 인수 시너지는 상당할 듯 보인다. 증권사는 일반적으로 예·적금 상품 가입이나 입출금 통장 개설 등의 수신 기능이 없지만,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면 수신 업무가 가능해진다. 증권 중심으로 편재된 사업 구조에서 소매금융 부문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 KTB네트워크 상장예비심사 청구

▷ IPO 시장서 VC 대어로 화제 집중

이뿐 아니다. KTB네트워크 상장 소식도 여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지난 8월 1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냈다. 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연내 코스닥 상장이 가능할 듯 보인다.

KTB네트워크는 신기술 금융사로 출발한 국내 1세대 VC다. KTB네트워크가 KTB투자증권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2008년 창업 투자 부문이 물적분할해 현재의 KTB네트워크가 됐다. 1조2000억원에 가까운 운용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VC를 이끌어온 만큼 성공 사례가 많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초기 투자하며 26배에 달하는 원금을 회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토스증권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유전자 가위 기술 툴젠, 중국 면역항암제 개발사 카스젠, 신선식품 미스프레시 등도 주요 투자처였다.

카스젠은 홍콩 증시, 미스프레시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버클리라이츠와 샤오펑도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적잖은 평가이익을 얻었다. KTB네트워크는 2020년 당기순이익 358억원으로 VC 업계 실적 1위에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41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

KTB네트워크 시가총액은 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장 전 투자(프리IPO)를 통해 기업가치 7000억원에 지분 35%(2800만주)를 매각해 154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같은 밸류로 상장한다면 국내 1위 VC인 아주IB투자 시총(6869억원, 8월 25일 기준)을 넘어선다. 올해 실적이 좋아졌고, 동종 업체 PER(주가수익비율) 평균인 11배의 절반 수준만 적용해도 시총 7000억원까지 가능하다.

KTB자산운용과 KTB프라이빗에쿼티(PE) 역시 성과가 크다. KTB자산운용은 탄탄한 주식 운용에 이어 이병철 회장의 전공인 부동산을 강화했다. 미국 뉴욕 메리어트호텔과 뉴욕 맨해튼 오피스빌딩 등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KTB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해 1100억원대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었다. 이어 지난 6월 한국성장금융 3차 기업구조혁신펀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선정돼 500억원을 출자받고 연내 125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 자타 공인 부동산 금융 전문가

▷ 국내 최초로 민간 신탁사 설립

KTB의 성장세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2000원대에서 움직였던 주가는 올해 급등했다. 지난 8월 25일 기준 주가는 7480원으로 지난해 종가(3190원) 대비 2배 이상 훌쩍 뛰었다.

KTB의 고속 성장을 이끈 이병철 회장은 자타 공인 손꼽히는 ‘부동산 금융’ 전문가다. 국내 최초의 민간 부동산 신탁 회사인 다올부동산신탁을 세웠다. 역시 국내 최초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다올자산운용도 설립했다. 부동산 금융을 키우고자 했던 하나금융지주는 2010년 두 회사를 인수했고, 이 회장은 하나금융으로 옮겨 그룹 부동산 사업을 총괄했다. 2014년 부동산 신탁 잔여 지분을 매각하고 독립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세워 투자 금융업을 해왔다.

증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는 2016년. 당시 이 회장은 KTB투자증권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며 KTB투자증권과 KTB PE, KTB자산운용, KTB네트워크, KTB신용정보 등을 총괄하는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전 KTB투자증권 회장과 공동 경영을 해오던 이 부회장은 2018년 우선매수권 행사로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오너로 올라섰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KTB금융그룹 경쟁력 확장에 공을 쏟을 예정이다. 대형 은행 계열 금융사는 아니지만 투자의 강자로서 ‘KTB다움’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회사의 최대 강점인 IB를 중심으로 채권영업, FICC(채권·외환·상품), PI(자기자본투자) 부문을 고르게 강화한다. 또한 유진저축은행 인수에서 보여준 것처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힘을 쏟는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추구하며 해외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2019년 계열사로 편입한 미국법인(KTB뉴욕)을 거점으로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해 우수한 ‘딜’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명순영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4호 (2021.09.01~2021.09.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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