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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트렌드] 스타트업을 보는 `매의 눈` 90년대생 투자심사역 뜬다

홍성용 기자
입력 : 
2021-08-25 0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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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특성 누구보다 잘 알아
빠르게 변하는 생태계 속에서
신사업모델·성장 가능성 파악
신선한 세대교체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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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타트업 업계는 올해 급격하게 성장하며 '퀀텀점프의 시대'를 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스타트업 투자 약정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돈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트업 업계가 가장 최신의 산업 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시대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요새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MZ세대 공략을 위해 뛰는 1990년대생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업계의 성장성을 파악하는 지표인 '투자'의 문을 여는 1990년대생 벤처캐피털(VC) 심사역들이 떠오르고 있다. ◆ "코로나19로 전 세계 투자 문화 바뀌었다"-유용원 책임심사역 유용원 KB인베스트먼트의 책임심사역은 회사 글로벌 투자본부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1991년생인 유 책임은 주로 시리즈A와 시리즈B 단계의 회사에 투자한다. 2018년에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를 통해 업계에 발을 디뎠다. 영어, 일본어 등에 능통하고 우상향 섹터 발굴과 해외 투자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 들어오기 전에 일본 도쿄에서 해외영업팀에 근무한 유 책임은 심사역의 역할이 '영업사원'과 유사하다고 했다. 유 책임은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을 골라서 이들의 성장을 위한 지표 관리와 자본 확보 등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드리는 게 우리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가설-검증' 방식으로 사업을 테스트하는 형태의 팀에 투자하고자 한다고 했다. 유 책임은 "많은 대표들을 만난다. 기술특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화려한 과거의 이력을 털어놓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중에서도 가설-검증 방식으로 사업모델을 설명하는 분들이 눈에 띈다. 그들의 가설이 과연 검증되는지 확인하는 데 재미가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에 전 세계의 투자문화와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실리콘밸리에서도 1시간 내 움직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로컬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접근이 어려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유동성의 혁신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결국 유 책임은 "한국을 포함해 외국에서도 나쁜 조건 속에도 자기 비전을 가지고 사업하는 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심사역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스타트업 투자에 VC와 PE의 경계 사라졌다"-차상훈 선임운용역 1992년생인 차상훈 키움프라이빗에쿼티 선임운용역은 창업과 VC, 사모펀드(PE) 생태계까지 두루 경험했다. 업의 경계를 세우지 않고 사업을 키워가는 스타트업 본연의 생리와 닮았다. 그는 "초기 성장단계를 지나서 스케일업이 필요한 기업들인 시리즈B 혹은 시리즈C 회사들에 100억~200억원 규모의 자본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PE는 경영권 인수나 상장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몰두했다면, 요새는 VC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크로스캐피털'의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차 선임도 키움인베스트먼트 VC에서 심사역으로 활동하다 PE로 자리를 옮겼다. 차 선임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칼라일PE로부터 2000억원, 쏘카는 SG PE로부터 600억원을 투자받았다. 유동성 공급 증가와 VC 대형화, PE의 규제 완화 등이 모두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에 업계로 돈이 몰리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투자를 검토할 때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나 규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선임은 "창업자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한다고 해도 시장의 성장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시장 자체가 전망성이 있는 규모인지 여부, 트래픽 등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됐는지 여부, 검증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회사인지 여부를 체크한다"고 밝혔다.

최근 OLED와 대체육 시장에 관심이 많은 그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핵심 비법에 대해 깨닫고 싶다고 했다. 차 선임은 "성공하는 기업들이 진짜 성공하는 핵심 이유를 꿰뚫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투자를 이어나가거나 새로운 일을 도모할 때도 핵심 노하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90년대생이라 Z세대 특성 잘 파악"-김성중 심사역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가 출자해 만든 '크릿벤처스'는 지난해 생긴 신생 벤처캐피털이다. 회사의 시작부터 함께한 김성중 심사역도 1993년생 VC다. 김 심사역은 주로 라이프스타일 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다. 그는 "아직 나이 어린 심사역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며 "제 주변의 Z세대들이 주로 가장 많이 쓰는 게 이커머스더라. 이커머스와 같은 마켓이 업계 전반에서 어떤 곳이 있는지를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를 분별해내는 일에도 능하다고 했다. 김 심사역은 "요새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창업자들이 많다. 타깃으로 삼는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내 친구들의 경험에 기반한 투자가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상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직접 부딪치며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VC업계에 몸담은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혁신을 이뤄내는 에너지를 가진 기업들이 있는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 세계에 참여해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었다"며 "그 가운데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역할이 바로 심사역이고,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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