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M&A 시장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자산가격 폭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가상승을 틈타 매각을 노리는 주주와 대형 M&A를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업들이 M&A 시장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자산가격 폭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가상승을 틈타 매각을 노리는 주주와 대형 M&A를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재계 11위 신세계가 인수한 3조4000억원대 이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코리아.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와 미국 엔터테인먼트기업 이타카의 1조원대 합병. 올 상반기 국내·외 안팎에선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이어졌고 이 같은 열기는 하반기에도 식지 않을 예정이다. 거래금액만 조 단위에 달하는 M&A가 잇따라 예고돼 있다.

올들어 기업들이 M&A 시장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자산가격 폭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가상승을 틈타 매각을 노리는 주주와 대형 M&A를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을 선언한 2020년 3월 11일(스위스 현지시각) 이후 전 세계 증시 대부분이 폭락했지만 이후 저금리 정책의 지속과 백신 접종,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의 효과가 맞물려 자산시장 거품이 형성됐다. 국내 코스피는 팬데믹 선언 일주일여 만인 2020년 3월 19일(한국시각) 1457.64까지 폭락했다가 이후 약 1년 5개월 동안 빠르게 회복, 올 8월 현재 1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이 기간 160% 가까운 오름폭을 보였다.
다양한 기업군의 M&A 움직임도 빨라졌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그룹 파산으로 수차례 주인이 바뀐 대우건설과 쌍용차가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후 ‘3년 내 의미 있는 M&A 성과’를 낼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국내 미디어산업을 글로벌 톱 반열에 올려놓은 엔터테인먼트 3사(SM·JYP·YG)도 M&A 가능성이 제기됐거나 구체화된 상태다.

상반기 상장법인 M&A 전년비 21.7%↑

올들어 8월 17일까지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분석한 결과 상장법인의 M&A 완료·진행 건수는 총 89건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M&A 완료나 진행 건수는 5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1.7% 늘었다. 이는 2019년 상반기보다는 14.3% 증가한 규모다. 투자은행(IB)업계는 비상장법인을 포함한 상반기 M&A 거래가 160건, 금액은 52조9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최대 규모다.


거래 규모가 1조원을 넘는 빅딜도 다수였다. 신세계는 올들어 총 4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이 가운데 계열사인 이마트가 6월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거래금액이 3조4404억원으로 상반기 통틀어 최대 규모다. 이마트는 이어 7월 27일 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4742억원에 추가 인수, 총 보유 지분 67.5%로 최대주주가 됐다. 하이브는 올 4월 미국 기업 이타카를 1조원에 인수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PE는 세계 3대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를 1조9000억원에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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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K-팝(POP) 새 주인 맞나

하반기 M&A 시장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엔터테인먼트 3사가 될 전망이다. 다른 굵직한 M&A 거래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 실사 중이거나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데 비해 SM은 현재 새 주인으로 거론되는 이름들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CJ ENM 등 엔터업계의 큰손들이다. SM 주가는 올들어 1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SM 보유 지분율은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69)의 18.7%와 그 외 등기임원, 소액주주들로 구성됐다.
이 프로듀서가 회사 설립 32년 만에 매각에 나서는 이유론 기업가치 재평가와 엔터 업종의 특성이 꼽힌다. 연예산업과 콘텐츠 등 엔터 업종은 그동안 주력산업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BTS를 비롯해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이 글로벌 미디어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미래 성장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엔터 업종의 특성상 가족경영 체제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세습에 막대한 증여세가 들고 현재 기업가치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매각 쪽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SM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대로 하이브(11조3000억원대)의 7분의 1 정도다. SM의 2020년 매출은 5799억원으로 하이브(7963억원)의 72.8%인 점을 감안하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이유로 1세대 아이돌 스타를 배출한 JYP, YG 등도 M&A설이 제기된다. 올들어 두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 대비 각각 9%, 30% 가량 상승했다. 특히 YG는 소속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소위 ‘클럽 버닝썬 성매매 사태’로 징역 3년을 받고 구속돼 투자자들이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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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도 조 단위 M&A 이어진다

올 하반기에도 조 단위 M&A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 쌍용차, 휴젤 등 굵직한 기업들이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보툴리눔 톡신업체 휴젤은 2020년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GS그룹이 사모펀드(PEF)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지분 42.9%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가격은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GS그룹이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면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처음으로 조 단위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 그동안 GS그룹은 대우조선해양, 하이마트,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국내 1위 액화천연가스(LNG) 전문 선사 현대LNG해운도 M&A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는 현대LNG해운 매각을 결정하고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2014년 HMM(옛 현대상선)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업부를 매각한 후 7년 만이다. 7년 전 매각 가격은 약 1조원이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LNG해운의 매출액은 2018년 2103억원(연결 기준)에서 지난해 1873억원으로 12.2%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수주에 의존하던 사업구조에서 최근 동남아, 유럽과 글로벌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M&A도 변수다. 2019년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추가 가격 협상이 결렬된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금 2500억원 반환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최대주주 KDB산업은행은 지난 6월 새 인수자인 대한항공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 계획안을 최종 확정했지만 한국을 포함한 9개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기업결합 신고 결과는 연말이나 내년 초 나올 전망인 가운데 HDC현산은 계약 철회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이 계약금 2500억원의 일부를 반환받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 유효를 주장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초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1.5%를 인수하는 데 총 2조747억원을 내기로 했지만 추가 가격 협상이 결렬된 후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신주로만 확보하기로 협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