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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상공인 위기 해법, `창조도시`에서 찾자

입력 : 
2021-08-23 00:04:01
수정 : 
2021-08-23 08: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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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피해로 소상공인 산업이 고사 직전에 와 있다. 재난지원금, 정책자금을 제공하는 등 우리 사회가 소상공인 산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데, 왜 소상공인 산업을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없다. 정치권은 소상공인 지원을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논리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단기 공동체 정책만으로는 소상공인 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활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소상공인 산업을 창조도시에 필요한 창조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 소상공인은 이미 홍대, 성수동, 이태원 등 전국 수많은 지역을 크리에이터가 모이고 청년이 살고 싶어하는 창조도시로 탈바꿈시켰다. 프리랜서, 로컬 크리에이터 등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 시대와 지역의 차별적 콘텐츠로 경쟁하는 탈중앙화 시대의 창조인재 자원이다.

소상공인 산업을 창조산업으로 지원하려면 입지, 투자, 인재, 경쟁 환경을 포괄하는 생태계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위해서는 산업단지를 통해 사업장을 공급하고 외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조성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중복 투자, 상가 과잉 공급 등 공간·지리 리스크에 열악한 소상공인의 입지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소상공인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금 조달 문제는 소상공인에게 제공하는 정책 자금 확대와 이자율 인하로 대응해야 한다. 장기 투자자와 임팩트 투자자를 지원하는 모태펀드를 조성해 확장성 있는 소상공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생태계 활력에 중요하다.

소상공인 인프라 투자의 우선순위는 소상공인의 소득과 업무 환경 개선이다. 문화상품권으로 예술가와 예술가단체를 지원하듯이 지역상품권으로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진작해야 한다. 상인들도 현금 지원보다는 일거리를 제공하는 상품권을 선호한다고 한다. 소상공인 비즈니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은 네이버 등 글로벌 플랫폼과 연계해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도시재생지원센터 중심으로 운영되는 로컬 크리에이터 훈련 프로그램은 지역의 대학, 전문대학, 직업학교로 확대해야 한다. 지역 학교를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소상공인 기술을 개발하는 '장인대학'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초 기술과 더불어 전문 경영 기술이 필요한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영국에서 현재 실험 중인 소상공인 기업인을 위한 12주짜리 미니 MBA(Help to Grow)와 같은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경쟁 정책은 건물주 규제에 집중돼 있지만 소상공인에게 불공정한 경제 주체는 건물주뿐이 아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부에 의한 불공정 상거래 관행도 경쟁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온·오프라인 간 공정 경쟁 환경 또한 중요하다.

이처럼 상권 관리 시스템 도입, 저금리 대출 확대, 사업 비용을 줄이는 인프라 투자, 인재와 기술을 개발하는 장인대학 지원, 온·오프라인 평평한 운동장 만들기 등 창조도시의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다양한 정책이 존재한다. 지금부터라도 창조도시 기반을 제공하는 소상공인의 위상에 걸맞은 산업정책으로 소상공인을 살리고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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