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러운 미국 스타트업 투자 환경

[사설]부러운 미국 스타트업 투자 환경

올해 상반기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규모가 역대 최고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테크 조사·분석기업 피치북은 올해 상반기에 미국에서 이뤄진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이미 1500억달러(약 172조8000억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가장 높았던 지난해 연간 투자액을 훌쩍 넘겼다. 투자당 1억달러 이상이 투입된 라운드 펀딩 건수도 지난해 4분기 96건에서 올해 1분기 187건, 2분기 198건으로 크게 늘었다. 또 다른 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6~2019년에 이뤄진 1억달러 이상 펀딩 건수는 매달 평균 35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달 126건으로 뛰어올랐다. 미국 상황이지만 전체 규모는 물론 건당 투자에서도 크게 늘었음을 보인다.

국내 상황도 나쁘지 않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 신규 투자 약정금액은 6조6664억원에 달했다. 5년 전 2조6753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절대 규모에서 크게 떨어지지만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위상이 달라졌다. 정부도 꾸준히 투자를 독려하면서 전체 스타트업 판을 키우는 데 적극적이다.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지원 민간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업계 종사자,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0점 기준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평가 점수가 2016년 55점에서 지난해 71.3점으로 높아졌다.

그래도 미국 상황이 부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커진 이유를 따져 봐야 한다. 피치북은 스타트업 투자 건수와 규모가 급격히 커진 배경으로 '비전통 벤처투자자'로 분류되는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연기금, 국부펀드 등의 참여를 꼽았다. 비전통 벤처투자자가 스타트업 투자 건수의 약 42%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전통 벤처캐피털(VC)뿐만 아니라 다른 큰손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러 펀드 자금이 초기 기업에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줘야 한다. 마중물이 적당히 마련됐을 때 스타트업 생태계도 건강해지고, 더 많은 유니콘 기업도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