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손정의 투자받은 벤처 노하우는 'R&D 카우'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2 18:53

수정 2021.08.12 21:24

연구 → 제품→ 수익→ 고도화
스타트업 성장전략으로 떠올라
교육분야 예비 유니콘 '뤼이드'
상장 앞둔 의료영상기업 '루닛'
AI기술력 국내외서 주목받아
손정의 투자받은 벤처 노하우는 'R&D 카우'


스타트업 업계에 연구개발(R&D)과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결합된 '알앤디 카우'가 성장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고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다. 알앤디카우란 초기기업이 명확한 사업모델로 얻은 데이터와 수익을 다시 연구에 투입해 기술을 고도화시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말한다. 최근 예비 유니콘인 뤼이드와 상장을 준비 중인 루닛이 연구와 사업 두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알앤디카우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12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뤼이드와 루닛은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기반으로 각각 교육과 의료영상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뤼이드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유치했다.
루닛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한국기업데이터와 이크레더블로부터 모두 AA 등급을 받았다. 두 기관에서 모두 AA등급을 받은 헬스케어 기업은 루닛이 처음이다. 국내 기업 중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가 선정한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곳은 양사뿐이다.

벤처캐피털(VC)들은 뤼이드와 루닛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이끌 수 있었던 구심점으로 알앤디카우 전략을 꼽는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연구→제품→제품 판매에서 발생한 데이터와 수익을 기반으로 논문 발표→제품 고도화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AI 기반 의료영상 진단 솔루션 기업인 루닛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엑스레이 사진을 AI가 진단 보조하는 '루닛 인사이트 CXR 버전1' 솔루션을 의료기관에 판매해왔다. 의료기관에 판매된 버전1을 통해 엑스레이 사진 데이터를 수집·연구하고 진단 정확도를 높여 기존보다 고도화된 기술을 논문 발표해 검증받았다. 폐결절만 확인이 가능했던 버전1에 비해 버전2는 결절, 경화, 기흉을, 버전3는 9개 질환을 진단하는 기술로 진화시킨 것이다. 업그레이된 제품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뿐 아니라 다시 병원 판매로 이어졌다.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얻게 된 데이터로 한층 진화된 기술을 선보이며 판매를 극대화시킨 사례다.

루닛 관계자는 "루닛 전문의학팀에는 의사 11명이 근무한다. 의학팀은 전세계 30여개국, 30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루닛 솔루션의 의료영상 데이터(엑스레이 흉부 350만장·유방암 24만장)를 수집하고 분석해 AI의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인다. 의학팀은 현지 병원 의사 피드백을 통해 루닛 솔루션을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뤼이드는 AI 학습솔루션 기업으로 '뤼이드 튜터'(구 산타토익) 솔루션이 주된 성장동력이다. 사용자가 설정한 학습기간 내에 목표점수를 달성할 수 있는 토익 문제를 AI가 추천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다. 뤼이드 튜터는 한해 200만명이 지원하는 토익시장에서 누적 300만명 사용자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동시에 고객이 솔루션을 사용하면서 쌓인 학습 데이터를 AI에게 계속 학습시켜 기술을 고도화했다.

뤼이드는 사업에서 발생한 3억건이 넘는 사용자 학습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인 '에드넷'에 모아둔다. 이를 바탕으로 뤼이드 튜터 효과성을 검증하고 결과를 논문 발표하고 있다. 국내외 특허 출원만 123건으로 등록건수는 27건이다.
뤼이드 관계자는 "솔루션을 이용한 실제 유저(사용자) 데이터로 실험하고 가설을 검증해 결과를 논문화한다"며 "이후 연구 결과를 빠르게 제품에 다시 적용해 유저를 대상으로 AI 학습효과를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VC 관계자들은 대다수 스타트업들이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사업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로 성장하는 전략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희재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은 "알앤디카우의 핵심은 판매된 제품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정적 수익모델과 기술 고도화로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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