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타트업, 쏠림투자를 경계한다.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약 3조원을 기록했다. 월 1조원대 투자시대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투자 건수는 1.5배 증가했다. 투자금액은 6.7배나 늘었다.

지난달 투자는 손정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의 2조원에 이르는 야놀자 '메가딜'이 견인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투자금액, 특히 건당 투자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 야놀자 이외에도 신선식품 배송서비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2254억원, 농산물 거래 플랫폼 트릿지가 688억원의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축산물 유통 풀랫폼 정육각도 300억원, 프리미엄 한우 커머스 기업 설로인이 16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의 운영재단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가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개인간거래(P2P) 금융플랫폼 랜딧도 504억원, 자산관리 전문 플랫폼 뱅크샐러드도 400억원의 투자를 각각 받았다.

지난달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22개사로, 이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곳은 야놀자, 컬리, 테라폼랩스 등 3곳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기준 1000억원 이상 투자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4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월 기준 이미 10개사가 1000억원 이상의 메가딜을 유치했다.

메가 딜이 급증하면서 업계에서는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자금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장기·소형 투자가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이전 벤처 붐 시절에도 투자가 급증하면서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외면이 문제가 됐다.

벤처투자도 시장 논리에 기반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투자시장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모태펀드 등 공공 기능이 있는 장치를 이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제든 시장은 한쪽으로 치우치면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투자 규모와 건수가 늘어 유니콘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특정 분야나 기업으로 투자가 쏠리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