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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VC 공습, '몸집 불리기'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thebell desk]

안영훈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1-08-12 07:50:16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이(koi)라는 비단잉어가 있다. 작은 어항에서 키우면 5~8cm, 강에선 1m가 넘게 크는 관상어다.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한때 코이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필요성을 말할 때 자주 언급되곤 했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벤처투자 '2021년 해외VC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에선 미국(5곳), 중국(1곳), 동남아(3곳), 중동(1곳) 등 해외 VC 10곳이 최종 GP로 선정됐다. 한국벤처투자는 이들에게 총 6250만달러를 출자하게 되고, 이들은 이를 기반으로 최소 8억1780만달러의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게 된다.

한국벤처투자의 해외VC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은 국내 창업·벤처기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및 국내 벤처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한 정책사업이지만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 2019년에는 1차 선정에 지원한 운용사가 적어 2차 선정에 나서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최종 GP를 몇곳이나 선정할지 고민했을 정도로 해외 유수의 VC들이 대거 참가했다. 실제 출자사업 흥행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그동안 최종 운용사만 발표했던 한국벤처투자가 이번엔 접수 현황을 따로 공지했을 정도다. 한국벤처투자가 밝힌 접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신청사는 27개사, 출자금액은 2억8040만달러, 결성예정액은 40억달러에 달했다.

단편일지는 모르겠지만 10개가 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기업을 키워내고, 숱한 예비 유니콘과 아기 유니콘 기업들을 키우는 K-벤처의 위상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이러한 상황을 즐길 수 만도 없다. K-벤처의 밑거름이 된 국내 VC들에겐 큰 물에서 놀던 대형 코이들이 관심을 갖는 시장이 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항이나 연못에서 살던 코이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 강으로 나가야 되는 상황과 달리 어느새 기존에 살고 있던 어항이나 연못이 한순간 대형 코이들이 사는 강이 된 셈이다. 1m가 넘는 대형 코이들 사이에서 어항이나 연못에 살던 코이들은 한순간 도태하게 되고 생존을 위해선 빠르게 몸집을 불려야 한다.

국내 모험자본시장으로 바꿔 말하면 과거 국내 VC들에게 역량강화와 해외 진출을 통한 대형화는 하나의 선택이었지만 이제 국내 시장에서조차 살아남기 위해선 해외 VC들과 겨룰 만한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안정보다는 도전을, 위기를 매번 기회로 바꾸며 성장해 온 국내 VC의 저력을 믿는다.

실제 국내 VC들은 2000년 초 제1벤처 붐이 꺼지고 불어온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벤처기업의 젖줄 역할을 해왔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최근 만개한 제2벤처 붐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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