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예측할 수 없어 불안"
국내 투자자도 매도세 늘어
국내 투자자도 매도세 늘어
중국 정부가 잇달아 기업규제를 쏟아내는 등 '공산당 리스크'가 확산되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중국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계 자금이 중국 투자 비중을 빠르게 줄여가는 상황에서 세계 자본의 중국 외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손 회장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 당국 규제가 예측할 수 없고 광범위해졌다"며 "규제 리스크가 명확해질 때까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어떤 종류인지, 얼마나 확대될지, 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파악하고자 좀 더 기다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1000억달러 규모로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펀드 '비전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비전펀드 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23%로 미국(34%)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지분은 전체 소프트뱅크 자산 가치의 39%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도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이던 '차이나엔터프라이즈' 상장지수펀드와 13위인 텐센트 순위가 8월 들어 대폭 밀려났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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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전방위 규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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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알리바바 쇼크에
소프트뱅크 실적 빨간불
4월이후 中투자 확 줄여
中기술주 더 빠지나
글로벌 투자자 촉각
특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성공 신화는 소프트뱅크를 대표하는 투자 사례다.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지분은 전체 자산 가치의 39%에 달한다. 소프트뱅크가 중국 투자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갈수록 커져 가는 '공산당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중국 주식시장은 하이테크 주식에 있어 수난의 시기"라며 "다양한 규제가 시작되고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투자한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비전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미국 상장 직후 신규 영업 중단 조치 등 직격탄을 맞은 디디추싱 주가는 지난 6월 말 뉴욕증시 상장 이후 한 달 반 만에 35.15% 떨어졌다. 만방그룹 주가도 6월 뉴욕증시 상장 이래 35% 하락했다. 소프트뱅크 자산 중 비중이 큰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2월 이후 30% 가까이 빠진 상태다. 효자 노릇을 했던 알리바바가 이제는 리스크로 돌변한 것이다. 최근 한 달 새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4.74% 떨어졌다.
신규 투자도 얼어붙었다. 손 회장은 올해 4월 이후의 신규 투자 중 중국 기업 비중이 1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알리바바(24.85%)와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20.1%),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 중국 거대 기술 기업의 주요 투자자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달부터 중국 주식 투매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이달 10일까지를 기준으로 한달 새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HXC)' 지수는 13.30% 가까이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형주 98개 종목 주가를 추종한다.
지난달 13일 우드 CEO는 자사 웨비나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매도 권고 의견을 낸 후 알리바바뿐 아니라 바이두와 텐센트(뉴욕증시 장외 주식) 등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주식을 전부 내다팔았다. 우드 CEO는 중국 기술주에 대해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며 나도 이런 점 때문에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시장 평가가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술기업의 성장성에 강하게 베팅해 온 손 회장의 중국 투자 중단은 글로벌 자본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의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중국 기술기업 투자를 중단할 경우 중국 내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P모건은 투자 메모를 통해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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