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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위기에 강한 주인공, 소·부·장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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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위기에 강한 주인공, 소·부·장님을 믿습니다

‘牛飮水成乳, 蛇飮水成毒(우음수성유, 사음수성독)’. 불교 경전인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적힌 구절이다. 이는 ‘소는 물을 마시고 젖을 만드나 뱀은 물을 마시고 독을 만든다’로 직역할 수 있다. 같은 시작으로부터 다른 결과물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사용되는 독점적 지위의 3개 품목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하여 한국에 기습적인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일본의 수출규제는 그 의도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 사회에 소재·부품·장비, 일명 소·부·장 산업 자립의 중요성에 대하여 경종을 울렸고, 나아가 정부, 기업, 민간이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고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

소·부·장 상장기업의 총 매출액은 2019년 동기대비 20.1%가 증가했고, 100대 핵심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31.4%에서 24.9%로 2년 동안 약 6.5%p가 감소했다. 잠자고 있던 한국의 소·부·장 생태계가 일본 수출 규제를 기점으로 극적인 기지개를 켠 것이다.

2021년 5월까지 소·부·장 기업은 전체 산업 대비 2.69배 높은 무역 수지 흑자 규모를 기록하였다. 위기를 딛고 일어선 소·부·장이 이제는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거대한 위기 속에서 놀라운 저력으로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소·부·장 기업 활약의 선두에 ‘소·부·장 강소기업’ 100개사가 있다. 이들 100개사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국민적 관심 속에서 치열한 심사를 거쳐 선발됐고, 기술개발, 벤처투자, 사업화 자금 등 총 3천16억원의 정부지원을 패키지로 지원받았다. 이런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들 100개사는 평균 매출증가 8%, 수출증가 10%, 고용 증가 9%의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소·부·장 강소기업’의 순항에 순풍을 보태고자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올해 20개사의 ‘소·부·장 강소기업’을 추가 선정하기로 결정하였다. 모집은 오는 8월10일부터 시작하며, 전문가평가, 국민심사단 등의 평가를 거쳐 최고의 소·부·장 중소기업을 찾아 11월 중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새롭게 선정될 이들 20개사가 기존 100개사와 함께 소·부·장 기술 선도에 박차를 가해주기를 기대한다.

수출 규제의 위기에서부터 시작된 소·부·장 자립의 사회 전방위적 상생과 협력의 노력 끝에 굴기의 기회로 반전됐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위기 역시도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를 선도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반전의 중심에 끊임없이 기술혁신에 도전하는 우리 소·부·장 중소기업들이 서 있으리라 확신한다.

유동준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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