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활용법에 달린 IMM PE의 한샘 인수 성과
입력 2021.07.29 07:00|수정 2021.07.28 20:48
    지분 27%대 인수가로 1.5兆 수준 거론
    자사주 감안하면 실질 프리미엄 낮아져
    자사주 활용 따라 인수구조도 달라질 듯
    M&A 대가로 쓰거나 시장 처분 가능성도
    • IMM PE가 한샘의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가보다 한참 높은 값으로 한샘을 인수하는 만큼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 상승을 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사주 활용에 따라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 규모, 나아가 기대 수익률도 달라질 수 있다. 한샘의 기업가치를 높인 후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회사의 M&A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지난 14일 한샘은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 7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IMM PE에 양도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총 매각 지분은 27%대로 알려졌는데, 조창걸 명예회장(15.45%)과 딸들, 한샘드뷰연구재단(5.52%) 등이 보유한 주식이 매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IMM PE와 한샘은 실사를 거쳐 가격 등 세부조건을 확정할 계획인데, 거래 금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매각 지분율과 예상 매각가 등을 감안하면 주당 거래 가격은 23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공시 당일 종가 기준으론 약 60%의 프리미엄이 붙고, 그 전일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달한다. 실적 개선세를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금액을 쳐준 셈이다. 공시 당일 급등했던 주가도 하루 만에 쑥 빠진터라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와도 상황이 다르다.

    • 다만 한샘은 상당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IMM PE가 쳐준 실질 프리미엄은 그보다 낮아진다 볼 여지가 있다. 한샘의 자사주는 627만여주로 총 주식수 대비 26.7%에 달하는데, 증권업계에선 이 주식의 소각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통상 M&A 시 피인수 기업의 자사주는 가치 평가에 고려하지 않고, 자사주를 제외한 실질 지분율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어느 회사의 대주주로부터 경영권 지분 80%를 인수했는데, 그 회사가 자사주 20%를 보유하고 있다면 실질 지분율은 100%로 보는 식이다.

      이를 감안하면 IMM PE의 실질 인수 지분율은 30%대 후반으로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실질적인 주당 인수 가격은 10만원 후반대로 낮아지고, 공시전일 종가 대비 프리미엄도 20% 안팎이 된다. 자사주가 있었기 때문에 IMM PE가 과감히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사주 활용 전략은 한샘 인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MM PE는 최근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한샘 인수금융 주선 의향을 묻고 있다. 인수 예상 지분의 시가는 8000억~9000억원 수준을 오간다. 보통 40~60%인 담보인정비율(LTV)을 감안하면 금융사가 5000억원 이상 빌려주기 쉽지 않다. 레버리지 규모가 줄면 향후 지분 투자 수익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IMM PE는 최대한 많은 자금을 원할텐데 지금 상황에선 최대한 쥐어짜도 5000억~6000억원 이상 빌려주기 어렵다”며 “일단 최대한 원하는 규모를 맞춰주되 자사주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리도록 하는 약정을 맺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수를 줄이는 자사주 매입처럼 두드러진 주가 상승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주식이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점에선 호재로 평가된다.

      한샘의 자사주는 M&A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사모펀드(PEF)는 피인수기업에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붙이는 볼트온 전략을 펴는 경우가 많다. IMM PE도 태림포장이나 할리스커피 등 포트폴리오에서 볼트온 전략을 폈다. 이 때 M&A 대가로 자사주를 지급하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며 사세를 확장할 수 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IMM PE 입장에선 자사주를 활용할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자사주를 M&A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시장에 매각할 때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해선 결국 한샘의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삼성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이미 한샘 현재 주가에 자사주 소각 기대감이 반영돼 있으며, 대주주 교체 후 전략 변화나 기존 목표 달성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자사주 활용 가능성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시가보다 낮게 매각하는 것은 주주배임이라고 지적했다. 단 PEF의 인수로 주주 친화정책과 유의미한 자본적지출(CAPEX), 자산유동화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샘은 2019년 연결기준 매출 1조6983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에 그쳤으나 작년엔 매출 2조674억원, 영업이익 931억원으로 반등했다. 올해 1분기엔 매출 5530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올려 작년(매출 4926억원, 영업이익 171억원)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