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사모펀드, 액티브 ETF가 대체한다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1.07.15 10:00
  • 호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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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부터 대형 자산운용사까지 출시 경쟁
사모펀드 사태 이후 새로운 먹거리 부상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화두는 주식형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다. 액티브 ETF란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기반으로 자산운용사별 고유의 투자전략을 혼합한 상품이다.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와 시장에 골고루 투자하는 ETF를 절충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주식형 액티브 ETF 출시에 적극적인 이유는 최근 급격히 바뀌고 있는 사업 환경 때문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그동안 ETF를 통해 0.4~0.5% 수준의 운용보수(수수료)를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운용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용보수가 0.01% 수준까지 낮아졌다. 0.4~0.7% 수준의 운용보수를 받을 수 있는 주식형 액티브 ETF가 자산운용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에도 주식형 액티브 ETF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이후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사모펀드를 대체할 카드다. 적지 않은 운용보수에 자산운용사별로 특색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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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분쟁조정 재조정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의 합리적인 분쟁 조정 및 배상비율 산정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산운용업계는 액티브 ETF ‘열풍’

실제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올 하반기 주식형 액티브 ETF 출시 준비로 여념이 없다. 지난 5월25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4개 자산운용사가 각 2종씩 준비한 주식형 액티브 ETF 8종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상태다. 8종의 액티브 ETF가 출시한 지 두 달도 되기 전인 7월6일 흥국자산운용은 ‘흥국HK베스트일레븐액티브ETF’와 ‘흥국HK하이볼액티브ETF’ 등 2종의 주식형 액티브 ETF를 상장해 주목을 받았다. 하반기로 갈수록 이런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나름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 자산운용사부터 중소형 자산운용사까지 모두 주식형 액티브 ETF를 올해 하반기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국내에 액티브 ETF 열풍이 불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지난해 미국 증시를 달궜던 아크인베스트먼트다.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을 가진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는 테슬라 등에 집중 투자하는 주식형 ETF를 통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 이에 힘입어 아크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순자산 규모 10위권의 자산운용사로 도약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채권형(채권+ETF)만 허용됐다. 하지만 지난해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주식형 액티브 ETF가 높은 수익률로 선풍적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도 주식형 액티브 ETF 상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형 액티브 ETF의 상장을 허용했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와 ‘KODEX K-이노베이션액티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등이 상장에 성공했다. 올해는 벌써 11종의 주식형 액티브 ETF가 상장됐다. 연말까지 두 자릿수를 넘는 주식형 액티브 ETF가 추가로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액티브 투자란 특정 기업과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 개념은 패시브 투자다. 패시브 투자란 특정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골고루 돈을 뿌려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과거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펀드는 대부분 펀드매니저가 특정 종목을 분석해 선별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담는 액티브 펀드였다. 액티브 펀드의 반대는 지수에 포함된 모든 종목을 골고루 사들이는 인덱스 펀드다. 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돈을 찾으려면 중도해지를 해야 했기에 시간이 걸렸다. 이에 인덱스 펀드를 상장종목 주식처럼 즉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것이 ETF다.

우리나라의 ETF 시장은 2002년 삼성자산운용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ETF를 상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6년 후발주자로 합류하면서 경쟁체제가 시작됐다. 수년 동안 운용보수가 0.4~05% 수준으로 고정됐던 ETF 시장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8월 ‘KINDEX미국S&P500 ETF’를 출시하면서 총 보수를 기존 대비 5분의 1 수준인 연 0.09%로 설정했다. 이전부터 운용보수 인하 경쟁이 없지는 않았지만 0.3% 이상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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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26일 서울 영등포구 KRX스퀘어에서 KRX300 기반 선물 ETF 상장 기념식이 열렸다ⓒ연합뉴스

치열한 ETF 수수료 경쟁

KB자산운용은 운용보수 인하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KB자산운용은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KBSTAR미국나스닥100 ETF’를 상장하면서 운용보수로 0.07%를 제시했다. 이를 본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보수 인하에 동참하자 KB자산운용은 올해 운용보수를 추가로 인하했다. KB자산운용은 2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BSTAR200ETF’의 수수료를 연 0.045%에서 0.017%로, ‘KBSTAR200Total ReturnETF’는 연 0.045%에서 0.012%로, ‘KBSTAR 미국나스닥100 ETF’는 연 0.07%에서 0.021%로 낮췄다.

하지만 이렇게 자산운용사들이 운용보수 인하에 나서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그치지 않고 있다. 주식형 액티브 ETF는 자산운용사들이 수익을 크게 남길 수 있는 ETF로 부각되고 있다. 다른 ETF와 달리 주식형 액티브 ETF는 운용보수가 0.5%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5월 상장한 TIGER퓨처모빌리티 액티브 ETF는 운용보수가 0.72%에 달한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로서도 주식형 액티브 ETF 출시가 절실하다. 그동안 자산운용사들이 설립됐던 핵심 원동력은 사모펀드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다. 적격투자자 요건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최소자본금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2019년 라임 사태와 2020년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고사 위기에 몰려 있다. 위기에 몰린 자산운용사들로서는 새로운 판매상품이 필요하다. 주식형 액티브 ETF 운용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낸다면 국내 자산운용사들로서도 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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