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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 스타트업과 손잡는 대기업이 알아야 할 6계명

입력 : 
2021-07-15 0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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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편견없는 기술평가 기준 마련
② 협업할때 리스크 관리는 필수
③ 톱다운 의사결정은 이제 그만
④ 듣는이 입장서 맞춤형 대화를
⑤ 기술 얘기보다 사업목적 먼저
⑥ 간단한 환경서 시험실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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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도요타, 삼성, 알리바바, 레노버 등 기업들은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신생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혁신 중이다. 필자가 조사한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들 투자 규모는 2016년 150억달러에서 2020년 약 600억달러로 4배가량 늘었다. 필자는 딥테크 부문 성장과 이에 대한 세계 기업들의 투자 트렌드에 대해 IESE 기업가정신·혁신센터 연구원인 비토리아 에마뉴엘라 브리아와 함께 연구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본부를 둔 100개 이상 기업을 조사하며 해당 기업들의 딥테크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오픈 이노베이션: 대기업은 딥테크 스타트업과 어떻게 더 잘 협업할 수 있을까(Open Innovation: How Corporate Giants Can Better Collaborate with Deep-Tech Start-ups. The Case of East and Southeast Asia)'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연구 대상 기업 중 71%가 (향후 5년 동안) 자사 포트폴리오에 딥테크와의 협업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딥테크를 정의해보자. 딥테크는 "과학적 발견이나 의미 있는 엔지니어링 혁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 그룹"이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기술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고 세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구체적인 딥테크 예로는 인공지능(AI), 첨단 재료, 생명공학, 블록체인, 로봇공학 및 드론, 양자컴퓨팅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딥테크 기술은 대개 박사들이나 전문가들로부터 개발되며 개발 시간과 개발을 하는 데 들이는 자본이 다른 기술보다도 더 많다. 정기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딥테크 이니셔티브들은 학계에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시작된다. 개발 초기부터 시장에 나오는 때까지 5년 이상 걸릴 수 있으며 관련 벤처 사업들에는 높은 리스크가 따른다.

한 시장업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아시아 국가의 대기업·스타트업 파트너십 투자 비중은 세계 대기업·스타트업 파트너십 투자 규모에서 40%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투자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어떻게 딥테크 스타트업과 잘 협업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 필자는 이와 관련해 대기업들에 도움이 될 만한 17가지 사항을 설명했다. 해당 기고에서는 대표적으로 여섯 가지를 소개하겠다.

첫째, 대기업은 편견 없는 기술평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스타트업과 협업할 때 대기업 R&D팀은 자사 발명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선 '특정한 기술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만큼 기술적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누구인가'다. 다음으로 벤처에 대한 지식과 기술적 지식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동의 상사'를 둬 대기업이 자사 기술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게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조언은 각 대기업·딥테크 스타트업 협업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한 혁신구조(innovation architecture)를 설계하는 것이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 대기업의 스타트업 에퀴티 투자, 외부 벤처기업 설립에 대기업이 펀드와 자원을 지원하고 할당하는 '벤처 빌더(venture builder)'가 리스크가 가장 큰 대기업·딥테크 스타트업 협업 방식이다. 대기업은 자사가 얼마큼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파악한 후 가장 좋은 딥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대기업은 '톱다운'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강화되고, 창의력이 향상되며, 특정한 일에 대한 승인이 빨리 이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임원급 관리자들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 구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부 규정과 인센티브 규정이 바뀌어 (관리자들이) 새 관리 방식을 지원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에 따라 승인 절차가 바뀔 수 있다. 해커톤에 대한 임원 승인을 받을 때는 특정한 레벨의 임원까지만 승인받지만, 딥테크 스타트업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사안에 결재 사인을 받으려면 해커톤 관련 결재 사인을 받을 때보다 더 높은 직급의 임원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넷째, 특정한 스타트업과 일하는 대기업 측 팀이 (자사 내부에서) 딥테크 관련 이야기를 할 때 해당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맞춤형 대화를 나눠야 한다.

임원들은 대기업·스타트업 협업 관련 대화를 나눌 때 장기적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업부서는 단기적 혹은 중장기적 전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다섯 번째 조언인 '기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지 말라'다. 그 대신 스타트업과 일하는 대기업측 팀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고, 특정한 딥테크 기술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해당 기술이 왜 필요한지 설득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딥테크 스타트업 협업은 이를 간단하게 시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돼야 한다. 기존 사업 프로그램과는 섞이지 않는, 최소한의 리스크가 있는 환경에서 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진전이 있으면 서서히 해당 협업에 필요한 자원들을 할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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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마리아 시오타 IESE 기업가정신·혁신센터 총괄디렉터·줄리아 프라츠 IESE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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