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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뉴 리치 누구인가 봤더니…6천억대 래디쉬 이승윤 90년생 최연소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21.07.06 18:31:11
  • 최종수정 : 2021.07.07 09:50:01
2000년 IT 벤처 붐은 한국 사회에 수많은 1세대 뉴 리치를 등장시켰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이 대표 사례다. 이후 IT, 게임, 화장품 업종 등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이 나왔지만 일부 개인의 성취에 그쳤다.

요즘은 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유동성과 글로벌 벤처 투자 붐에 힘입어 스타트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양새다. 20년 만의 제2 벤처 붐이 증시·암호화폐 호황과 맞물려 새로운 뉴 리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은 대기업 인수와 증시 상장 외에는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았다. 요즘은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의 후속 투자와 인수, 심지어 스타트업 간 M&A도 활발하다. 인수 금액도 100억원 이하 스몰딜에서 500억원 이상 빅딜로 덩치가 커졌고, 1000억~1조원 이상 빅딜, 홈런딜도 적잖다. 여기에 암호화폐 투자 대박 사례까지 이어지며 곳곳에서 신흥 갑부, 즉 2세대 뉴 리치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 인수로 현금·주식 폭탄

▷이승윤 래디쉬, 90년생 최연소 뉴 리치

2010년대 중반에는 주로 K뷰티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잇따라 인수되며 뉴 리치 산실로 주목받았다. 골드만삭스의 카버코리아 인수, 루이뷔통의 클리오(CLIO) 인수, 에스티로더의 해브앤비 인수 등이 대표 사례다.

요즘은 달라졌다. 배달 앱, 숙박 앱, 콘텐츠 등 IT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외 대기업의 품에 안기며 새로운 뉴 리치 요람으로 떠올랐다.

2019년 말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7000억원에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수조원대 거부가 된 김봉진 의장이 대표 사례다. 매각 당시 김 의장은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DH 주식으로 보상받기로 했다. 이후 DH 주가는 2배 가까이 급등, 김 의장 지분가치도 그만큼 올랐다.

같은 해 데일리호텔은 약 600억원에 야놀자에, 여기어때도 영국계 사모펀드 CVC캐피털에 약 3000억원에 매각됐다. 이로써 신인식, 신재식 데일리호텔 창업자 형제와 심명섭 여기어때 창업자가 잭팟을 터뜨렸다. 토종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SUALAB)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Cognex)에 1억9500만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 지분 25.5%를 갖고 있던 송기영 창업자는 500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2019년에 배달 앱, 숙박 앱, AI 기술 스타트업에서 뉴 리치가 배출됐다면, 코로나19 사태를 지나 올해는 주로 패션·콘텐츠 플랫폼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먼저 지난 5월 무신사가 스타일쉐어·29CM를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윤자영 창업자가 1000억원 가까운 부를 거머쥐었다. 이어 카카오가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을 사들였다.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의 정확한 지분율과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그재그의 지난해 거래액이 7500억원임을 고려, 기업가치가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MZ세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패션 쇼핑 앱 시장을 선점하는 세부 시장 특화 전략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해외로 진출한 ‘본투비 글로벌(born to be global)’ 플랫폼들이 빅테크의 낙점을 받았다.

카카오는 미국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를 각각 6000억원, 5000억원 안팎에 인수했다. 두 회사 창업자인 김창원 대표와 이승윤 대표는 모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전략담당(GSO)으로 선임되면서 현금을 거머쥠과 동시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경영권도 계속 보장받게 됐다. 특히 이승윤 대표는 1990년생으로, 2세대 뉴 리치 중에서도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하이퍼커넥트의 영상 채팅 앱 ‘아자르’도 해외 이용자 비중이 99%에 달하는 글로벌 앱으로 포지셔닝했다. 현재 전 세계 230개국에 19개 언어로 운영된다. 최근 세계 최대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는 미국 매치그룹에 17억25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매각됐다. 창업자 안상일 대표는 공동창업자와 투자자 지분을 제외해도 최소 수천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서울대 창업 동아리 회장 출신으로, 무려 10번의 창업 실패로 한때 8억원대 빚을 떠안은 끝에 거둔 결실이다.

2003년 네이버에 개설된 최대 중고거래 카페 ‘중고나라’도 롯데 컨소시엄에 매각,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가 뉴 리치로 급부상했다.

하이퍼커넥트 공동창업자 3인. 사진 왼쪽부터 용현택 이사, 안상일 대표, 정강식 이사.

하이퍼커넥트 공동창업자 3인. 사진 왼쪽부터 용현택 이사, 안상일 대표, 정강식 이사.



▶황소장에 IPO 대박

▷김범석·방시혁…‘밸류 서프라이즈’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넘치는 유동성은 전 세계 증시를 펄펄 끓는 황소장으로 변모시켰다.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이때를 놓칠세라 잇따라 IPO에 돌입,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을 받으며 뉴 리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한 기업은 총 40곳(코스피 4곳, 코스닥 36곳)으로, 지난해 동기 12곳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총 공모금액도 5조6167억원을 기록, 같은 기간 15배 이상 급증했다.

IPO를 통한 ‘밸류 서프라이즈(value surprise)’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하이브 등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 후 상한가)’ ‘따따상’에 성공하며 지분가치가 극대화됐다.

상장 후 거품 논란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브는 K팝과 팬덤 시장이 지속 성장, 최근 주가가 30만원 넘게 치솟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덕분에 하이브 지분 약 35%를 보유한 방시혁 대표는 4조원대,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은 200억원대 주식 부호가 됐다. 12만주 스톡옵션을 보유한 윤석준 하이브 글로벌 최고경영자도 지분가치가 400억원에 육박한다.

IPO 열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3월 뉴욕 증시 상장으로 쿠팡은 일본 최고 부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차치하고라도 최소 수십 명의 뉴 리치를 탄생시켰다.

단,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쿠팡 투자사 그린옥스캐피탈의 닐 메타 창립자가 20조원 안팎 이익을 챙겼고, 쿠팡 창업자 김범석 전 의장도 10조원 넘는 잭팟을 터뜨렸다. 투안 팸 CTO, 거라브 아난드 CFO도 수백억원의 평가 차익을 거뒀다.

하반기에도 IPO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뉴 리치는 줄을 이을 전망이다.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야놀자, 지피클럽 등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넘치는 유동성과 4차 산업혁명으로 스타트업 몸값이 장외 시장은 물론, 주식 시장에 상장한 후에도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여기저기서 뉴 리치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지금까지 연간 공모 규모 최대 기록은 2010년의 10조900억원인데, 하반기에 대어들이 몰려 있어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벤처 업계에서는 최근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역학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동안은 투자자가 적어 스타트업이 을이었지만, 이제는 풍부한 정책자금과 사모펀드까지 VC로 변신할 만큼 투자 붐이 일며 스타트업이 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스타트업 업계에서 뉴 리치가 지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구조적 배경이다.

“요즘은 커리어가 훌륭한 창업자와 유능한 개발자 1명만 있어도 기본 밸류에이션이 20억원부터 시작한다. 다른 VC에 뺏길까 봐 심사역은 투자심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10억원을 바로 투자할 수 있는 전결권도 주어졌다. 시리즈B, C단계에 투자하던 중대형 VC들도 요즘은 A단계나 액셀단계까지 내려와서 투자, 유망 스타트업을 입도선매한다. 다소 거품 우려도 있지만, 스타트업 창업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의 전언이다.



▶코인으로 인생역전

▷두나무·빗썸…수조 주식 부호 양산

올 상반기 전 세계를 휩쓴 암호화폐 열풍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코인 부자’들을 양산했다. 투자에 성공한 코인러는 물론, 암호화폐 거래량 폭증으로 거래소 설립자들도 대박을 터뜨렸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상장, 브라이언 암스트롱 대표가 20조원 안팎에 달하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한때 100조원에 육박했던 코인베이스 시총은 최근 암호화폐 폭락 탓에 함께 급락했지만 여전히 6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대주주들도 ‘코인 뉴 리치’로 주목받는다.

미국 상장설이 제기되는 두나무 최대주주 송치형 이사회 의장과 2대 주주 김형년 부사장이 첫손에 꼽힌다. 이들은 각각 10~20%대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 기업가치가 10조~30조원대로 거론되고 있어 이들은 수조원대 주식 부호가 됐다.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도 지분가치가 수천억원대에 달한다는 평가다.

한편 코인 투자로 대박이 난 일반 직장인들의 ‘코인 퇴사’도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 임원이 도지코인 투자로 수백만파운드를 벌고 회사를 그만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을 넘어섰던 지난 4월 폐쇄형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비트코인에 2억원을 투자해 650억원을 벌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도 이더리움 투자로 수백억원 이상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벤처 업계에서는 코인 투자에 성공한 MZ세대가 향후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 신진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코인 대박으로 전 세계에서 MZ세대 뉴 리치가 급증하게 됐다. 자수성가로 부를 거머쥔 2030세대가 이처럼 많은 것은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부를 재창출하기 위해 벤처 투자자로 변신한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신재식 네스트컴퍼니 대표도 그런 예다. MZ세대답게 수익성보다 공익성을 중시, 자신의 신념에 따라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도 증가하며 향후 벤처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잘 키운 프차, 열 코인 안 부럽다

▷교촌·맘터·메가…수천억 매각·상장

프랜차이즈 시장도 달아올랐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교촌치킨이 상장하고 맘스터치, 메가커피 등이 홈런딜을 날리며 새로운 뉴 리치 등용문으로 각광받는다.

2019년 정현식 전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이 자신의 지분 56.8%를 약 2000억원에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식자재 유통 기업 보라티알이 가성비 커피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메가커피를 약 13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하형운 메가커피 대표가 뉴 리치에 합류했다. 2015년 12월 홍대 1호점을 오픈한 지 불과 5년 반 만의 쾌거다.

치킨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교촌치킨이 코스피 상장에 성공, 권원강 창업주가 주식 부호 반열에 올랐다. 그의 교촌에프앤비 지분율은 73%에 달한다. 회사 시가총액이 약 5000억원(6월 30일 종가 기준)임을 감안하면 3600억원 넘는 자산가인 셈이다. 문창기 이디야 회장도 올 초 유튜브를 통한 사내 시무식에서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틀을 다시 마련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고 언급, 자산 유동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디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0억원, 문창기 회장의 지분율은 6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프랜차이즈 산업이 자본화, 전문화될수록 성공한 기업가와 뉴 리치가 여럿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프랜차이즈는 현금 창출력이 좋아 최근 사모펀드의 관심이 높다. 프랜차이즈도 창업자의 노하우로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경영 전략이 필요한데, 이때 보다 역량 있고 자본력이 뛰어난 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매각하면 창업주로서 엑시트도 하고 브랜드도 더 성장하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6호 (2021.07.07~2021.07.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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